[미디어펜=석명 기자] K리그의 마지막 자존심 울산 현대가 연장 혈투 끝에 빗셀 고베(일본)를 누르고 8년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울산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빗셀 고베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전에서 전후반을 1-1로 비긴 뒤 연장 후반 터진 주니오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2-1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울산은 지난 2012년 우승 이후 8년 만에 ACL 결승에 올라 이미 결승해 선착해 있던 이란의 명문 클럽 페르세폴리스와 우승을 다툰다. 울산과 페르세폴리스의 결승전은 오는 19일 오후 9시 열린다.

   
▲ 사진=AFC 홈페이지


울산은 이날 주니오와 이청용, 김인성이 선발 공격수로 나섰다. 고명진과 윤빛가람, 신진호가 중원에 배치됐고 박주호, 불투이스, 김기희, 정동호가 포백을 꾸렸다. 골키퍼는 조수혁. 

빗셀 고베는 이니에스타가 빠진 가운데 베르마엘렌, 야마구치, 야스이, 더글라스 등을 선발 출전시켜 울산과 맞섰다.

전반 초반 울산 이청용의 슛과 고베 더글라스의 슛이 오가며 탐색전이 펼쳐졌다. 울산은 전반 23분 김인성의 슛이 마에카와 골키퍼에게 걸렸다. 전반은 두 팀 다 득점하지 못했다.

울산은 후반 시작하며 고명진을 이근호와 교체했다. 후반 7분 고베가 선제골을 터트려 앞서갔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야스이가 땅볼로 짧게 내준 공을 야마구치 호타루가 논스톱 오른발 슈팅을 날린 것이 울산 골문 안으로 꽂혔다.

울산은 후반 10분 정동호와 이청용을 빼고 김태환과 비욘존슨을 교체 투입해 반격을 노렸다. 이어 후반 18분에는 박주호 대신 홍철을 넣었다. 후반 23분에는 김기희의 부상으로 마지막 교체 카드 정승현까지 썼다. 

주니오를 앞세워 공세를 퍼붓던 울산은 주니오의 잇따른 슛이 골키퍼에게 막혀 답답함이 더해졌다. 오히려 후반 30분 고베의 사사키 다이주에게 골을 내줬으나 VAR(비디오 판독) 끝에 득점이 취소돼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앞선 패스 과정에서 상대 파울이 지적된 것.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이 후반 36분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김인성이 내준 패스를 윤빛가람이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로 슈팅을 때렸다. 이 볼이 문전에 있던 비욘존슨의 발끝에 맞아 방향이 살짝 바뀌며 고베의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오프사이드가 있었는지 VAR 판독을 했지만 그대로 득점이 인정됐다.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전 전반은 울산이 압도했다. 김인성, 이근호, 윤빛가람, 주니오가 연거푸 슈팅을 날렸다. 고베 골키퍼 마에카와의 연이은 선방이 돋보였다. 연장 후반 들어 울산은 홍철의 패스미스가 나오며 고베에 결정적 기회를 내줬다. 하지만 더글라스가 단독 찬스에서 직접 슛하지 않고 패스를 시도한 것이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후 더글라스의 위협적인 헤딩슛은 골키퍼 조수혁이 슈퍼세이브로 막아냈다.

울산에 행운의 장면이 찾아왔다. 연장 후반 14분, 잘 해오던 고베 골키퍼 마에카와가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주니오가 달려들었다. 다급해진 마에카와가 주니오에게 반칙을 범했다. 페널티킥이 주어졌고, 직접 키커로 나선 주니오가 골문 좌측 모서리 쪽으로 정확한 슛을 차넣었다. 울산을 결승으로 이끈 천금의 골이 연장전 막바지에 터져나왔고, 긴 승부가 마무리됐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