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미래산업에 과감한 투자 연이어
성장 잠재력이 큰 글로벌 로봇 시장 주목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함께 급변하는 산업패러다임에 정공법을 통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에 집중하고 있다. 

사재까지 동원된 정의선 회장의 이번 행보가 과거 현대차의 기아자동차 인수와도 비견될 만한 '퀀텀점프'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총 11억 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앱티브사와 총 40억달러 가치의 지분을 절반씩(약 2조4000억원) 나눠 갖는 방식으로 올해 설립한 합작법인 모셔널 투자에 이은 최대 규모다.

조인트 벤처 방식이 아닌 경영권 인수 사례로 보면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와도 비교된다.

현대차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기아차를 약 1조2000억원에 인수, 2000년 자동차전문그룹인 현대차그룹 출범과 함께 기아차를 성공적으로 회생시킨 바 있다.

글로벌 차 업계에 큰 이슈였던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 5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했다.

자동차 산업 격변기, 미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선제적인 투자와 빅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혁신을 모색해 왔던 정몽구 명예회장의 혁신 행보가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합의는 그룹 차원의 로봇 중심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육성하려는 각 기업과 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포함한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 제조, 물류 등의 역량에 시너지를 낼 경우 현대차그룹은 향후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되는 로봇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그동안 로봇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왔다.

앞서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을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해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형 로봇 개발 전문 업체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보행 로봇 스팟, 아틀라스를 비롯해 물류 로봇 픽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개발하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 2족 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를 선보이고, 지난해 공중제비 같은 고난도 동작까지 소화하는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체계적인 로봇 연구 시스템, 로봇 분야의 세계적인 우수 개발 인력 및 노하우 등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탁월한 기존 글로벌 사업 역량과 결합하여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첨단 기술 선도 업체로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한 로봇 사업 진출 본격화는 정의선 회장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인류의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의 가치 실현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0월 취임 메시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와 이동의 제한으로 일상생활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스팟.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로봇은 상업적 사용뿐만 아니라 공공영역에서의 치안, 안전, 보건 관련 공공 서비스에도 널리 이용 가능한 특징도 있다.

정의선 회장은 평소 모든 사람들이 한 차원 높은 경험과 기대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신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세대들의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 산업 및 모빌리티 재편에 있어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와 제휴, 적극적 인재 영입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솔루션 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더욱 빠르게 현실화시켜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올해 초 현대차는 'CES 2020'에서 우버(Uber)와 함께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CES에서 실물크기의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를 최초 공개했다.

파트너십 체결로 현대차는 개인용 비행체를 개발하고, 우버는 항공 승차 공유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들에게 도심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양사는 개인용 비행체의 이착륙장 콘셉트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특히 CES 2020 미디어 행사에서 현대차는 UAM-PBV(목적 기반 모빌리티)-Hub(모빌리티 환승 거점)를 중심으로 인간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하고 앞으로 인류가 경험할 혁신적 이동성과 이에 기반한 미래도시의 변화를 제시해 호평을 받았다.

정의선 회장은 완전자율주행 기술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와 비전 제시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대표되는 시장 격변기에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완전자율주행 기술과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양산 기반을 결합하기 위해 올해 3월 세계 톱티어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합작,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업 '모셔널'을 설립했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리는 미래도시를 구현해 놓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UAM, PBV, Hub의 축소 모형물. /사진=현대차


모셔널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4(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2022년에는 로보택시 및 모빌리티 사업자에게 자율주행 시스템과 지원 기술을 공급할 계획이다.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셔널은 피츠버그, 라스베이거스, 산타모니카,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최근 서울에도 지점을 개소해 또 하나의 핵심 기술 허브이자 자율주행기술 테스트를 지속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레이더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 '그랩' △미국과 호주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미고', '카넥스트도어' 등 다양한 업체와 전략투자 및 협업을 전개하며 자율주행, 라스트마일,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서비스 등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미래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의 가능성에 주목해 차량 넥쏘는 물론 다양한 산업에서의 활용을 통한 수소 생태계 확장도선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출시한 현대차의친환경 '넥쏘'는 수소전기차 단일 모델로는 세계 처음으로 단일 국가에서 2년 7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대를 달성했다.

또한 지속가능한 혁신적 미래 사회 조성을 위해 UNDP(유엔개발계획)와도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현대차는 'for Tomorrow'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당면한 사회 문제 해소에 나서고 지속가능한 메시지를 전파해 혁신적인 미래 사회를 구현하는데 기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올해 초부터 방탄소년단과 함께 청정에너지 수소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알리는 '글로벌 수소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전세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모빌리티 서비스 등에서 혁신을 이어 나갈 것"이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고객들에게 최상의 감동을 전하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