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됨에 따라 총회 개최가 어려워진 정비사업 조합들이 다른 행정구역에서 이른 바 '원정 총회'를 개최하는 등 방역 감독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응암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른 집합금지 조치를 피하기 위해 사업지가 아닌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서 임시총회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오후 2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서 개최된 임시총회에는 △조합원 추가 무상 제공 제품(세탁건조기)과 관련한 2건 △공동주택 관리동 어린이집 국공립추진과 관련한 건 △녹번역 엘리베이터 이설 공사업체 선정 및 계약체결에 관한 건 △보류지 분양(처분) 등과 관련한 건 △조합장 박성수에 대한 특별상여금 지급에 관한 건 △학교용지(택지전환) 매각과 관련한 건 △기 추진업무 추인의 건 등 총 8가지 안건이 상정됐다. 

응암1구역의 사업지 주소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 8번지이지만 조합은 사업지에서 5㎞ 가량 떨어진 다른 행정구역에서 총회를 열었다. 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진행되는 총회는 사업지 내 위치한 조합사무실이나 인근 상가 등에서 개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합이 집합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임시총회를 강행하기 위해 사업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정부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을 상회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자 지난 6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상항했다. 이에 50인 이상이 모이는 모임 및 행사는 모두 금지 됐다. 정부는 10명 이상이 참석하는 일반 모임과 약속도 취소를 권고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임시총회는 조합장과 조합 임원을 비롯해 다수의 조합원들이 집결하는 대규모 행사이다. 수도권 내 다수의 정비사업 조합들은 예정된 총회나 설명회를 연기하거나 유튜브 방송으로 대신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응암1구역의 조합원 수도 450명에 달한다. 지난 2018년 일반분양을 마무리하고 내년 4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입주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방역수칙 강화에 따라 임시총회를 미뤄 사업을 지연시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승인인가와 관련해 올해 안에 총회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처음 총회를 계획 했을 때는 현재보다 서울시 방역수칙이 완화돼 있었다"고 말했다.

은평구청과 고양시청은 행정구역을 이동해 임시총회를 강행한 조합에 대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평구청 주거재생과의 한 관계자는 "관할 구청이 서울시 은평구청인지, 고양시 덕양구청인지 모호하다"라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83조에 따른 과태료 부과 문제도 논의 중"라고 말했다.

고양시청 재정비촉진과 관계자는 "(응암1구역은) 고양시에서 설립 인가를 내준 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며 "총회가 개최됐다는 사실 자체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회가 열린다는 신고가 사전에 접수됐더라면 방역 수칙에 어긋나고 고양시 정비사업 조합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를 했을 것인데, 응암1구역 조합은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총회 신고를 하지 않아 개최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고양시청의 해명에 응암1구역 조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응암1구역 조합 관계자는 "고양시에 사전에 임시총회가 열릴 것을 신고했다"며 "당일 고양시 보건소 관계자가 현장에서 감독하며 임시총회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은평구 응암1구역은 재개발사업을 통해 '힐스테이트 녹번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지하 4층~지상 22층, 11개동, 총 879가구(전용면적 41∼84㎡) 규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