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위해 암덩어리 방치 안돼…이제 수술대 올려 도려내야

   
▲ 성빈 변호사
통진당 해산심판이 1년여의 시간을 끌어 이제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이 이뤄질 수도 있는 지금 필자의 기억은 작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8월 28일, 통진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전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고 그 혐의가 내란음모라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언론에 공개된 RO 조직의 대화내용은 필자가 과연 분단상황인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게 맞는지를 의심케 할 정도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이석기 등은 KT 혜화전화국과 평택 물류기지 등을 파괴하기로 결심하고 북한 혁명가요인 적기가를 부르면서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나는 아들을 가진 대한민국 30대 아빠이다. 그리고 수도 서울에 살고 있는 평범한 아빠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벌어진 공간은 평양도 아닌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인 마포였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친구들도 그 지역에서 단란하게 가정을 꾸려 살고 있으며 그 아이들 또한 같은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심지어 사건의 현장을 알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RO의 공개된 녹취록 내용은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었다. 대한민국 국민 그 누구도 이석기를 옹호할 수 없는 그런 대화내용이었다. 그러나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제도권 정당인 통진당이 이러한 이석기 사건에 대처하는 태도에 다시 한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진당은 회합 자체가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녹취록이 조작되었다며 연일 시위를 벌이는 등 전 당원이 동원되어 오히려 이석기 지키기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 봤을 때 즉시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석기 등이 내란음모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에도 공안탄압이라는 주장을 반복하였다.

   
▲ 통합진보당 4기 지도부 강병기 대표 후보자와 최고위원 후보자 출마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원성, 유현주 최고위원후보, 강병기 대표후보. 송영주, 김재연 최고위원후보. /뉴시스
순간 이런 이석기의 RO와 통진당 해산 문제를 우리 아들에게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에 잠겨본다.

RO와 통진당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를 위해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있는데 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계속 거짓말을 하고 숨기려고 해, 나쁜 사람들이지?”라는 정도가 아들에게 설명해줄 만한 문장일 것이나, 차마 부끄러워서 그들의 행각이나 해악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 것이 분명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1년 전에는 대한민국을 전복하겠다는 자들을 보면서 공포에 떨었지만 다시 1년이 지난 지금에는 필자를 비롯한 대다수 국민들이 그때의 충격을 기억조차 못하는 듯하다. 일부에서는 사법적 판단의 문제라기보다 선거를 통해 정치적 심판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구체적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고는 정당 자체를 해산시킬 수 없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기억에서 가물가물해진 것들이 있다 하더라도 이석기와 통진당이 보여줬던 그 사건과 팩트는 사리지지 않는다. 정치적 자유경쟁 시장에서 자연도태될 수 있다는 주장 또한 말이 안된다. 해산결정이 나더라도 재창당하면 된다는 속내까지 드러내고 있는 집단에게 국민의 선택을 받을 기회를 주겠다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암에 걸려 투병하는 사람을 들어 RO와 통진당 해산문제를 아들에게 설명해 보려 한다.

“아들아! 우리 나라가 지금 많이 아프단다. 우리 나라를 헤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무지 아파졌단다. 몸속에 시커먼 병균 덩어리가 생겨서 그것 때문에 매일 약도 먹고 주사도 맞아야 한단다. 이제 어떡하면 좋겠니? 걱정이다 그지..”

이런 설명에도 우리 아들이 RO와 통진당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도무지 알수가 없다. 그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약먹으면 금방 나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들이 좀 더 컸을때 대한민국 역사의 한 장으로 이 사건을 설명하면 알아듣기나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회의적이다.

암진단을 받은 사람 대부분은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듯한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몸에 자라고 있는 암덩이에조차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익숙해졌다고, 암덩이를 수술하지 않고 남겨둘 수는 없는 문제이다. 제거되지 않은 암세포는 결국 우리 몸 전체를 망가뜨리고 죽음을 부르게 된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소중한 전부이다. 우리의 전부인 그것이 역사적 기로에 놓여 있다. 암덩이는 그 원인이 무엇이든 그 자체로 수술대에 올려 제거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암과 함께 사망선고 받게 할 순 없다.

이 중차대한 순간 대한민국의 30대 아빠와 그 아들은 가슴졸이며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암수술 받고 건강해진 대한민국을 아들에게 선물해 줄 수 있을 그 날을 기다리면서. /성빈 변호사,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