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 경제부 김재현 기자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위한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이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당국의 딴죽은 LIG손보 인수 조건에서부터 시작됐다. 그간 보여준 각종 금융사고와 회장-행장간 파워게임, 이사회의 무능력 등 내부통제에 실패했던 지배구조를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맞춰 따라올 것인지에 대한 여부다.

금융당국의 압박은 대단한 힘을 발휘했다. KB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한 현미경 검사를 단행했다. 지배구조 보다 KB금융 사태의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 거취가  중심에 놓였다. 이경재 전 이사회 의장의 퇴진을 시작으로 사외이사들이 잇단 자리를 내려놓았다. 남아 있던 사외이사들은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각오를 피력했지만 사퇴압력 여론몰이에 고개를 떨궜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도 임기와 상관없이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KB 사외이사 모두가 백기투항했다.

사외이사의 사임으로 LIG인수에 파란불이 켜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인적 쇄신 문제보다 지배구조 시스템의 문제라며 자신들의 입장이 분명히 했다.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 LIG손보 인수 승인 여부를 판가름하겠다고 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근거해 KB금융 지배구조가 퍼즐을 맞추길 바랐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모범규준이 KB금융을 시작으로 시험대에 올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세상 밖으로 알려질 때부터 파열음을 냈다. 재계는 일제히 모범규준은 주주자본주의를 역행하는 탁상행정이라 일축했다. 모범규준 32조 '금융회사의 목표와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자로 CEO 자격을 제한한다'라고 돼 있다. 하지만 주주경영주의 침해와 융복합시대의 다양한 경력을 소유하고 있는 CEO 선임을 막는 것 아니냐는 반발에 금융당국은 한발 물러났다. 당국에서는 전 금융사를 대상으로 했던 것을 보험사,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은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14조도 걸림돌이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CEO 후보자를 발굴하고 후보자의 자격요건 충족여부 검정을 하게 규정하면서 사외이사 상당수가 포함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럴 경우 사외이사의 힘이 강력해지기 때문에 사외이사의 무소불위가 도마위에 오를 수 있다.

   
▲ ▲ 윤종규 신임 KB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결국 재계와 시민단체의 압력에 굴복한채 주인없는 금융사에게만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적용하는 것 아니냐며 형평성 논란이 예상됐다.

그런데 형평성 문제를 떠나 한 발짝 뒤에서 냉철하게 바라보면 KB금융의 LIG인수는 불가능해 보인다. 금융당국이 승인을 해준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 LIG손보 인수 관련해 자회사 편입 승인은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다. KB금융의 지배구조와 이사회 구성은 어떤 판을 짜더라도 무관하다.

현행 보험업법상 최근 3년간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은 금융회사는 보험회사의 대주주 자격을 얻을 수 없다. 이미 KB금융은 올해 '기관경고'를 받은 상태다.  물론 KB금융은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보험업법과 상관없이 자회사 편입심사만 받으면 된다는 논리다.

이번 금감원 지배구조 검사를 통해 작성된 평가결과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면 금융위는 면밀히 살핀 후 자회사 편입 승인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위법 여부의 논란은 차제하더라도 지주회사라 해서 자회사 편입승인을 조건으로 사외이사를 내쫓는 금융당국의 행동은 무모해 보인다. 자신의 권한도 아닌 미끼(?)를 가지고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특정인사를 물러나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국민은행은 주전산기 교체에 대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 개최 과정에서 적절하게 행동했는지의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감독당국으로부터 적절치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KB금융의 경우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이사회를 교체하지 않았다. 직무유기로 징계 받을 수 있으나 아직 징계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퇴를 행사하는 것은 도덕적 문제가 발생한다.

금융당국이 자신의 재량권 밖에 있는 LIG손보를 조건식 승인을 내걸고 사외이사를 내쫒는 행동은 불편하다.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찍어놓고 본때보이기 일 뿐 지배구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애먼 행동이라고 수근거린다.

은행법 제22조에 은행은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들 것을 요구하고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사외이사의 수가 전체 이사 수의 과반수가 될 것을 강제하고 있다. 또한 사외이사의 선임을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며 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가 총 위원의 2분의 1이상이 되도록 구성해야 한다.

현재 KB금융 사외이사들은 다 물러났다. 윤종규 회장 마음대로 혹은 금융당국의 꼭두각시 놀음에 이끌려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사외이사들은 차기 사외이사 선임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 은행법에 근거해 사외이사가 개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제2, 3의 인물이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것은 엄연한 은행법 위반이다.

마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함을 말하다는 것은 위선이다. 금융당국은 법을 잘 집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법은 국회가 정한다. 금융사 지배구조를 위한답시고 마음껏 금융권을 휘젓는 것은 금융권의 미래를 짓밟는 일이며 법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