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선거국면 앞두고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
김기현 "미래 위한 용기 있는 진심" 홍준표 "배알 없는 야당"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등에 대해 사과했다. 재·보궐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국민사과를 통해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로 가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면서 “저희 당은 집권당으로서 그런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한 사과가 아니라 집권당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방점을 찍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는데도 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지 못해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는 취지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저희 당은 과거 집권여당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었다"고 밝히며 당이 배출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등 과오에 대해 국민 앞에서 공식 사과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회의실로 사용하는 국회 228호 벽에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이 떼어진 채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만이 걸린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은 그동안 추미애·윤석열 갈등, 부동산 정책실패, 여당 입법독주 등을 소재로 정부여당을 비판해왔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실정에 등을 돌린 민심은 ‘탄핵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채 비판만 하는 야당을 향하지는 않았다.

21대 첫 정기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대여투쟁에 나섰지만, 거대여당의 의석수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다만 강경 투쟁 일색이었던 20대 국회 때와 달리 합리적 투쟁을 통해 여론을 설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결국 이날 사과는 다가올 선거국면을 앞두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면 중도층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는 분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쌓여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계기로 국민의힘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면서 "굴욕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용기 있는 진심"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한 당 안팎의 반대 의견도 계속 표출되고 있기 때문에 내부 갈등 봉합이 또 다른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친이명박·친박근혜 계열 의원은 이번 사과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도층을 챙기려다 고정 지지층을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실컷 두들겨 맞은 뒤 맞은 사람이 팬 놈에게 사과를 한다? 참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세모 정국”이라면서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배알도 없는 야당은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친박계였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성명을 통해 “참으로 통탄스럽고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면서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을 위해 배신을 밥 먹듯 하는 김종인과 탄핵 배신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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