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타결해 달성 목표로 뭉칠 때
[미디어펜=김태우 기자]5개월여를 끌어온 한국지엠의 임단협이 이제 대단원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키를 쥔 건 노조에 있다. 오는 17~18일 양일간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가부가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번엔 가결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부결된 바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한국지엠 인천 부평공장 서문. /사진=연합뉴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의 첫 번째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연내 추가 교섭이나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노조 측이 사측에 재교섭 공문을 발송하고 부분파업 유보 조치 등을 통해 대화 테이블에 나왔고, 다시 한 번 잠정합의안 마련에 성공했다. 노사 모두 올해 안에 임단협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이번 2차 합의안 탄생은 노사 모두가 한 발씩 양보하고 고심한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노조는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 이후 지금까지 추가 파업을 벌이지 않았고, 한국지엠은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확실히 1차 합의안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여기에는 노사 모두 올해 임단협을 타결 짓지 못하면 양쪽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타협을 늦추면 회사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올해 회사는 8만5000대 이상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물량도 적지 않지만, 부분파업, 특근거부에 따른 손실도 2만5000대나 된다. 

생산 차질은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지엠은 지난 11월 내수 6556대, 수출 1만4828대를 기록, 전년대비 내수는 10.5%, 수출은 53.7% 감소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손해는 직원 개개인이 입은 타격은 더 심하다. 

생산 현장 직원이 입은 손실액은 1인당 300만원에 달하고, 연말 정년 퇴직을 앞둔 직원들은 평생을 모은 퇴직금에서 수천만 원씩 손해를 보게 생겼다. 여기에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협력사들의 안위를 감안하면 연내 타결이 안된다면 모두가 패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국지엠 노조를 바라보고 있는 외부 시선도 곱지 않다. 

앞서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조차 "노조가 미국 GM 본사에 철수 명분을 주고 있다"고 질타한바 있다. 

실제 글로벌 GM이 철수설을 언급하고 나섰다. 본사 입장에서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잘 돌아가던 공장이 뜻밖의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본 상황이 마뜩치 않았을 법하다.

2차 잠정합의안 가결만이 현재로선 한국지엠에게 남은 유일한 해결책이다. 노조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결과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더 큰 선물을 바라보고 내년으로 넘기기엔 치러야 할 대가를 너무나 크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내년 임단협에서 다시 논의하면 된다. 작금의 위중한 상황을 감안하면 회사는 최선을 다했다. 내년이라는 기대를 품게 됐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한국지엠에서는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제시했고 집행부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2차 잠정합의안이 도출됐다"며 "다시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노사의 모습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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