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까지도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불투명
일본언론 강창일 주일대사 내정자 거부 임직임
스가 정권 미온적…한국정부 적극적 행보와 대조
호사카 “바이든행정부 출범 전 일 안 움직일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올 연말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청와대는 16일에도 “현실적으로 개최가 쉽지 않지만 종결은 안 내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베이징 등에서 확진자가 다시 발생하는 상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 내정자의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주재국의 동의)이 늦어지는 등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어보이는 한일관계도 주목된다.

올 연말 서울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은 아베 정권에서 교체된 스가 정권과 문재인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이 기대되는 외교무대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한국측에서 해법을 내놓으라는 일본정부의 입장이 변함없고, 일본언론은 강 내정자에 대한 거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강 내정자는 문재인정부에선 대표 ‘지일파’로 손꼽히지만 일본에선 ‘대일 강경론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가 2011년 5월 쿠릴열도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방문 당시 “북방 영토는 러시아 영토”라고 말했던 것이나 지난해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왕이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하면 위안부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다”고 한 말을 부연한 일 등 때문이다.

강 내정자에 대한 일본의 아그레망이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지난 주말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일본측 입장을 청취하고 협조 요청을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16일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의장국인 한국이 연내 개최를 위해 노력했던 한중일 정상회의 또한 한일 관계 악화로 보류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 또한 “일본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대립으로 인해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나 새 주일 한국대사 부임에 미온적이고 부정적이기까지 한 일본측의 태도는 스가 내각 교체 이후 우리정부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고,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 일행도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 등을 예방했다.  

우리정부는 일본의 정권 교체기를 계기로 한일관계를 개선을 모색해봤지만 일본정부는 시간 끌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삼으려하는 문재인정부에 비해 급할 게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안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 한국정부나 일본정부 모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미국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기 전까지 일본정부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호사카 교수는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관계에도 관여하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발표된 것이 없으니 일본정부는 물론 한국정부도 움직이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연기되더라도 한국정부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다”며 “스가 총리 입장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지지율이 40%대로 추락하는 상황에서 한국 방문이 유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사카 교수는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내 전문가 일각에서 ‘한국이 돈을 내고, 일본은 사죄하자’란 주장이 나왔는데 이는 자칫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당시에도 일본은 사과했다. 하지만 말뿐이었고 한일 갈등은 여전했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한국과 일본에 대한 동맹 정책의 방향성이 정해질 때 스가 정권은 한일관계와 관련해 입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한일관계의 ‘레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 현금화 조치에 대한 해결책이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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