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고용에 역점, 3.2% 성장 목표...전문가 "소비 등 3단계 대비책 미흡"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가 17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발등의 불'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민생과 직결되는 소비와 고용 분야에 방점을 뒀다.

총력을 다해 3.2% 성장을 달성하고,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해서는 '한국판 뉴딜'을 기초로 한 디지털·그린 경제 전환의 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세부 대책들이 효과를 얼마나 낼지 의문이며, 특히 성장잠재력 제고에 필수적인 규제완화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획재정부 청사. /사진=기재부 제공


◇ '코로나 위기 극복·포스트 코로나 주도'가 양대 축

기획재정부는 "2021년은 코로나19 위기를 온전히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며,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과 활력 복원',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두고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자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그 이후 한국 경제의 추가 도약을 위한 방안이다.

경제 회복·활력 복원을 위해서는 국가부채 증가를 감수한 대규모 '돈 풀기'를 바탕으로 한 내수·투자·수출 대책, 고용 안정과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내수 회복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고효율 가전 구매금액 환급 등에 공을 들였다.

고용 부문에선 고용증대 세액공제 한시 개편 등으로 민간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고, 직접 일자리 50만명 이상을 1월에 채용키로 하는 등, 공공 일자리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은 혁신·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친환경·저탄소 경제 전환, 코로나 시대 격차 해소와 고용·사회 안전망 확충에 집중했다.

정부는 이런 노력들을 통해 내년도 3.2% 성장을 전망했는데, 사실상 정부의 목표치다.

◇ 내년에도 우려, 소비·고용에 방점...'경제와 방역의 균형'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소비와 고용에 방점을 둔 것은, 민생과 직결되는 해당 분야에 내년에도 코로나19 타격이 계속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소비와 고용은 올해 코로나19 위기로 크게 위축됐고 내년에도 확실한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민간 소비를 진작시키고, 일자리를 빠르게 늘리는 대책들을 준비했다.

정부는 각종 대책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경제와 방역의 균형'을 강조했다.

특히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대규모 소비행사와 숙박 쿠폰 등 관광 관련 대책에는 '방역 안정을 전제로 내년 중 추진할 계획'이라는 설명을 붙여,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의 각종 대책이 방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 과제에 대해서는 기존에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범주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한 장기 대책과 규제완화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성장잠재력 회복 대책 미흡..."소비대책 등 실효성 부족"

전문가들은 일단 '방향은 잘 잡았다'고 평가했으나, 코로나19의 거센 확산세와 향후 거리두기 단계 상향 등의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 확산세가 사실상 '거리두기 3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추가적인 경제 충격 가능성에 대비하는 대목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조급하게 산업과 소비를 살리려고 하다 보면 방역과 상충, 나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어,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부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져, 위기 극복에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는 실제 민간소비 촉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 개소세 인하도 경제 전체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 진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의 재정 여력을 영세자영업 대상 소비 진작에 투입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영세자영업자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마련한 소비 정책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재계에선 장기적 성장잠재력 회복 대책과 규제완화 부재를 비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을 옥죄는 입법에는 적극적인 정부가, 정작 성장과 고용을 책임지는 주역인 기업들의 기를 살려주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기업들이 춤추지 않는 데, 3.2% 성장이란 '신기루' 같은 목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