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20년 한 해도 저물고 있다. 역대급으로 우울한 세밑이다. 1년 내내 대한민국을,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히, 아니 더욱더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래도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해보는 시간은 필요하다. 대중들의 '즐거움'을 주로 담당하는 연예 및 스포츠계의 2020년은 어땠나. 기억나는 MVP(Most Valuable Player, 또는 Most Valuable People)는 누가 있을까.

자랑스러운 방탄소년단(BTS). 한국인 가수(그룹)가 전세계 음악계를 이렇게 호령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올해에만 빌보드 메인 차트 1위에 두 곡이나 올려놓았다. '다이너마이트' 열풍이 거셌고, '라이프 고즈 온'은 한국어 가사로는 최초로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 누구의 말처럼 방탄소년단은 '제2의 비틀즈가 아니라 제1의 BTS'가 됐다.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한국 감독이 만들고, 한국 배우가 출연해, 한국어로, 한국적인(그러면서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얘기를 다루면서도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오스카 4관왕을 휩쓸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축구 보는게 그나마 요즘 즐거움이라는 스포츠 팬들이 많다. 축구 잘 한다는 스타들이 즐비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이번 시즌 득점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는 손흥민이다. 멋진 골도 잘 넣지만 손흥민의 폭발적인 드리블을 보고 있으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지난해 12월 번리전에서의 75m 질주 '원더골'로 EPL 올해의 골에 이어 푸스카스상까지 수상해 팬들에게 기쁜 선물을 안겼다.

   
▲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임을 재확인시킨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메이저리그 신인이지만 관록의 피칭을 보여준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메이저리그 개막이 연기되는 동안 가족과 떨어져 거의 고립된 생활을 했던 둘은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정상급 성적을 냈다. 류현진은 토론토의 새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사이영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한 자리를 꿰차 내년 시즌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올해 LPGA투어 4대 메이저대회에서 3개의 우승컵을 수집한 이미림(ANA 인스퍼레이션), 김세영(KPMG 여자PGA 챔피언십), 김아림(US여자오픈)도 빛났다. 국내파로 세계랭킹 94위밖에 안됐던 김아림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누군가에게 희망과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꼭 해외에서 큰 일을 내고 큰 상을 받아야 기쁨과 즐거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로 부득이하게 '집콕' 생활을 더 많이 하게된 다수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긴 안방극장 스타, 가수들도 많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파격적인 연기에 도전했던 김희애는 베테랑 배우의 저력을 보여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부캐' 열풍의 주역인 유재석은 변함없이 건강한 웃음을 전파했다. 전국을 트로트 열기로 채우며 많은 사람들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고 '일상 속 영웅'이 된 임영웅을 비롯한 '미스터트롯'들도 있었고, '테스형!'을 외치며 차원이 다른 감동을 안겼던 나훈아도 있었다. 

   
▲ 사진=더팩트 제공


프로야구에서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집행검' 세리머니를 펼친 것은 게임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가장 적절히 표현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감동이었다.

K리그 최다 골 기록을 남기고 은퇴한 이동국, KBO리그 최다 안타 기록을 남기고 은퇴한 박용택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한 많은 스타들이 MVP급으로 기억에 남는다.  

'덕분에 챌린지'는 개인 SNS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손을 다른 손으로 받치는 동작)을 한 사진을 게시하는 릴레이 캠페인이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 등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전하는 이 간단한 동작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했던 연예, 스포츠계 스타들. /사진=각자 SNS


수많은 연예계, 스포츠계 스타들이 덕분에 챌린지에 함께했다. 일선의 의료진은 물론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받고,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아 힘든 시간을 보내는 많은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을 것이다.

2020년 연예계와 스포츠계는 사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각종 공연은 취소됐고, 영화 개봉과 제작은 연기됐다. 프로스포츠는 중단되거나 무관중 경기로 썰렁하게 진행됐고, 아마 종목 선수들은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힘든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새해에는 누구나 바라듯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종식시켰으면 좋겠다. 연예계든 스포츠계든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활약하며 더 많은 MVP들이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잠실 주경기장에 전 세계에서 몰려온 아미들이 방탄소년단과 떼창을 하는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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