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률, 35% 수준에 그쳐…예정 비행도 취소
주기료 절감·조종사 면장 유지도 '흔들'
   
▲ 인천국제공항에 서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제주항공·이스타항공·페덱스 소속 항공기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항공사들이 고육지책으로 추진한 '무착륙 국제관광 비행 상품'의 성적표가 낙제점을 기록하고 있다. 상품 출시가 코로나19 재확산과 중첩되며 비행 일정 취소 마저 생겨나고 있어 항공업계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소위 목적지 없는 비행'이라는 항공사들의 무착륙 국제관광 비행상품은 초기부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2시간여 동안 외국 영공을 비행하는 상품이나 현지에 착륙하지 않기 때문에 귀국후 자가격리 조치가 필요없다. 노선이 국제선으로 분류돼 600달러까지 면세 쇼핑 혜택도 주어지는 만큼 항공·쇼핑 수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사업 모델이다.

하지만 성적표는 사실상 'F학점'으로 낙제점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아시아나항공 무착륙 해외관광비행 탑승객은 각각 169명으로 탑승률이 각각 35%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당초 정부와 항공업계가 예상했던 탑승률 70%의 반타작 수준이다.

이와 같이 저조한 탑승률과 일일 코로나19 재확산세 마저 심상치 않아 예정됐던 비행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는 형국이다. A380을 활용한 무착륙 비행상품을 준비한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0·24·31일로 예정된 3개 비행편을 전격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자회사 에어서울도 19·26일 예정 비행편 운항을 없던 일로 했다. 대한항공 역시 당국 허가 이후 비슷한 상품 출시 검토에 착수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예상 외로 커지자 사실상 논의를 중단했다는 전언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현재까지는 운항 의지를 밝힌 상태이나 이들 역시 내부적으로는 고심 중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말까지 예정대로 4회의 무착륙관광비행편을 추가 운항한다. 진에어도 24·25·31일, 다음달 1·2일에 관련 항공편 운항 계획 의사를 내비쳤다.

에어부산은 19·25일, 티웨이항공은 다음달 1일 항공편 예약 접수 중이다. 이달 중 2개 항공편을 취소했던 에어서울도 1월 1일 항공편은 정상 운영 방침이다.

   
▲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는 무착륙국제관광비행 수익성을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다. 손실만 기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항공기의 주기료를 아낄 수 있고 조종사들의 면장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는 달리 일부 기종에 대한 시뮬레이터가 없어 조종사들 면장 유지에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시스템 정비 차원의 최소 운항 횟수를 벌충할 수 있는 부차적 효과까지 거둘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이 비행편을 계획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00명 내외로 발생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올라갈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탓이다.

항공기 기내 환기 시스템은 음압 시설로 공기가 배출되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기내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각종 집합 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판국에 구태여 항공업계에 수요가 몰리겠느냐는 비관적 전망은 현실이다.

또 강행하려고 해도 기존 예약 고객들의 취소 등으로 탑승률이 더욱 낮아질 수 있어 손해를 보면서 운항을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은 해외 상공을 통과하는 국제 항공편으로 항공기 내에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적용되지 않는다”면서도 “거리두기가 3단계로 상향되면 사회적 분위기상 운항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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