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검증된 경영자의 리더십 절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KB‧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연말 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핵심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연임시키며 조직의 '쇄신'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미 검증된 경영자들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왼쪽부터)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각 사 제공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올해 연말 인사에서 교체를 앞둔 14명의 CEO 가운데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 등 11명을 대거 연임시키고, 3명을 신규로 선임했다.

인적 쇄신보다는 조직의 안정을 최우선시했다는 평가다.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검증된 리더의 경영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기도 1~2년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해 'CEO의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 수장인 진 은행장과 임 사장, 성 사장 등은 각각 2년의 임기를 부여받았다.

통상 금융사 CEO 임기는 신규 선임의 경우 2년을, 이후 연임 시에는 1년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서 아래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는데 1년의 임기는 짧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연임시 1년으로 운영하는 경우 중장기 전략보다는 상대적으로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임기를 1~2년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경우 자회사 CEO 중심의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도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인사를 단행했다. 총 10개의 계열사 중 7곳의 CEO가 연임되고, 교체 된 곳은 3곳이다. 이에 따라 KB증권,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생명보험, KB저축은행, KB인베스트먼트는 각각 박정림‧김성현(복수 대표), 이동철, 황수남, 허정수, 신홍섭, 김종필 대표 체제를 이어가며, 임기는 모두 1년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주 부회장직'을 부활시킨 점이다. KB금융은 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지주 부회장직을 다시 만들었다. 부회장에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가 낙점됐으며, 임기는 1년이다.

양 대표는 부회장직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영역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KB금융 관계자는 "부회장직 신설을 포함한 조직개편 내용은 확정되는 대로 따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조직의 변화를 주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리더들을 재기용해 그룹의 중장기 경영성과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