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안정적 성장·개인투자자 보호·공매도 제도 정비 등 숙제
안으로는 '관피아' 논란으로 야기된 거래소 노조와의 갈등 해결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손병두호 체제의 닻을 올렸다. 내년부터 공매도 재개 등 자본시장에 당면한 과제가 산더미인 만큼 이 같은 이슈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손병두 이사장이 21일 오전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1일 오전 한국거래소 제7대 이사장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임기는 3년이다.

이로써 지난달 1일 정지원 전임 이사장의 임기 만료로 한 달 넘게 이어진 거래소 이사장 공백 사태도 마무리 됐다. 

손 이사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상당하다. 역대 거래소 이사장 가운데 자본 시장 감각과 실무 노하우를 두루 갖춘 최고의 자본시장정책 전문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행정고시 제33회로 공직에 첫발을 내딛은 손 이사장은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에서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같은 주요 보직을 거쳤다. 

지난 2013년에는 금융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공적자금관리위 사무국장을 맡았다.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통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주요 자회사를 매각한 것도 손 이사장이었다. 

이후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금융위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금융위 사무처장 재직 시절에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신용카드 수수료 대책, 9·13 주택시장 안정방안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도맡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손 이사장을 ‘따뜻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바라보고 있다. 업무에서는 완벽을 추구하며 카리스마를 뽐내지만 성실성과 친화력도 못지않다는 평가다. 

실제 손 이사장은 2008~2010년 기획재정부들이 평가한 ‘닮고싶은 상사’에 세 번 연속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시장의 호평이 쏟아지는 만큼 손 이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여기에 녹록지 않은 금융시장의 상황도 그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숙제는 자본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끌어 가는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한국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인 만큼 거래소의 역할 또한 막중해졌다. 코스피가 연일 고점을 경신하면서 증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의 과열을 막으면서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조타수의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손 이사장 역시 이 점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 이사장은 이날 오전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기업의 혁신과 도전을 지원하고 경제 성장에 필요한 동력을 공급하는 것은 우리 거래소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라면서 “자본시장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동학개미 열풍으로 주식시장에 많은 유동자금이 들어왔지만 여전히 단기 테마성 종목에 편중돼 있어 시장 성장을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증시에 뛰어든 수십만 명의 개인투자자 보호 문제도 덤이다.

특히 내년 3월부터 재개될 공매도와 관련한 제도 정비와 시장 진입·퇴출심사 기능강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장 규율 회복 등도 손 이사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안으로는 ‘관피아(관료+모피아)’ 논란으로 선임 전부터 논란을 빚어 온 거래소 노조와의 갈등도 풀어내야 한다. 거래소 노조는 손 이사장의 선임을 ‘관피아의 낙하산 인사’라고 규정하며 이를 반대하는 천막농성을 이어온 바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손 이사장은 금융위와 기재부를 모두 경험한 인물인 만큼 정부와 시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면서 “임기 초반 노조와의 갈등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워낙 성실성과 친화력이 뛰어난 인물인 만큼 거래소 조직을 융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