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드보르작의 명성을 전 세계에 떨치게 도와준 원동력인 신세계 교향곡. 드보르작의 인생 중 미국에서 머물던 시기에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해준 곡이다.

신세계교향곡은 1893년 드보르작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 처음 이 곡이 등장했을 당시 기존의 무겁고 지루한 교향곡의 이미지와 달리 산뜻한 멜로디와 경쾌한 리듬감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드보르작을 일약스타덤에 올려줬다.

   
▲ '지친 영혼의 안식처'…아슬란, 대형세단의 신세계를 보았다!/현대자동차

하지만 일부에선 선율과 음계에서 인디언 음악이나 흑인의 영가를 따온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드보르작은 부인하며 "미국의 민요 정신을 넣어 작곡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비슷한 부분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드보르작은 자신만의 색깔로 감성적 표현과 충실한 구성을 잘 조화시켜 신세계 교향곡을 창작해냈다.

국내 점유율 1위를 달리는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이후 6년 만에 새로운 세그먼트인 대형 프리미엄 컴포트 세단 아슬란을 선보였다.

현대차의 아슬란은 가솔린엔진을 장착해 중후한 스타일을 바탕으로 최상의 정숙성과 승차감을 갖춘 전륜 구동 프리미엄 대형 세단으로 2012년부터 프로젝트명 ‘AG’로 개발에 착수해 완성된 차량이다.

판매를 시작한지 약 1개월가량이 넘어선 아슬란은 현재 대기 물량만 약 2500여 대 수준으로 이미 고객에 인도된 물량까지 포함하면 4000여 대에 육박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아슬란을 두고 일각에선 기존 모델들의 조합으로 새로운 세그먼트라기 보다 후속작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지친 영혼의 안식처'…아슬란, 대형세단의 신세계를 보았다!/현대자동차

하지만 엄연한 독자적인 세그먼트의 기준을 제시하며 도전을 아끼지 않고 있는 현대차의 노력을 묻어나는 모델이다.

이런 아슬란의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최상위 풀옵션 모델에 올라 시동버튼을 눌렀다. 순간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시동이 걸리지 않은 것으로 착각할 만큼 조용한 정숙성은 놀라웠다.

주중을 이용해 진행된 이번 시승은 일상적인 차량용도에 맞춰 시내주행을 위주로 진행했지만 고속 주행 성능을 살피기 위해 자유로를 이용해 임진각까지 다녀왔다.

직접 타본 아슬란은 외관부터 실내 공간까지 만족스럽다. 중우함이 묻어나는 겉모습에서 보여지는 확실한 존재감은 부담스럽지 않은 은은하고 친숙함으로 다가왔다.

차량 내부에 앉은 기분은 안락하고 편안했다. 뒷좌석에 앉아보니 널찍한 공간으로 승용차임에도 RV차량으로 착각 할 정도로 탁트인 시야를 제공했고 승차감을 높인 시트는 중년층의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줄 것 같았다.

운전 중 엔진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시속 100㎞ 이상의 주행시 외부 소음도 잘 차단된다. 기자가 시승중 무심코 바라본 속도계 바늘이 90도를 넘어서 있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역시 국민소비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현대차의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조용한 세단을 찾는 소비자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 '지친 영혼의 안식처'…아슬란, 프리미엄을 강조한 안전장치/현대자동차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배기량 3300cc급 세단에 걸맞게 힘이 넘친다. 달리면 달리수록 현대차가 정한 세로운 세그먼트의 포지션에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의 장점을 살려 충분히 외제차와 승부를 겨룰 수 있는 대항마로서의 면모가 엿보였다.

일상주행에서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꿨다. 과거 국내차량들의 경우 모드를 바꿔도 차이가 없다고 느꼈지만 아슬란은 달랐다. 지금의 드보르작을 있게 했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에서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2악장의 차분함에서 신대륙의 기상을 느끼게 하는 4악장의 경쾌하고 강렬한 리듬감으로 바뀌듯 높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해주며 민첩한 운동성을 선사했다.

시속 160㎞까지 부드럽게 속도가 붙는다. 속도를 더 끌어올려도 주행 안정감이 느껴진다. 더욱이 시승기간 동안 기상악화로 미끄러웠던 노면에서도 전륜구동 답게 잘 버텨줬다.

고속성능을 시승하기 위해 향했던 임진각으로 향하던 중 만난 눈길에서도 안전장치들이 작동하면서 차량을 안전하게 유지시켜줬다. 다만 노면 접지력이 좀더 강해졌으면 하는 타이어의 아쉬움이 안타까웠다.

편의사양은 그랜저보다 더 고급스럽다. 운전석 앞유리에 주행 속도 및 방향을 안내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차의 품격을 더한다. 앞서가던 차량에 바짝 다가서면 '추돌 주의' 표시가 전방 유리에 뜨면서 신호음이 울렸다. 달리던 중 차선을 이탈하면 스티어링휠(핸들)의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주의를 알린다.

임진각에서 돌아오는 코스에서 실주행 연비를 체크해 봤다. 복합 연비는 9.5㎞/ℓ. 급가속을 줄이고 운전 습관대로 주행한 결과 계기판 연비 수치는 9.1㎞/ℓ 찍혔다.

편안한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아슬란을 쇼핑리스트에 올려놔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또, 기존 그랜져에 식상함을 느낀 임원들의 의전차량으로 안성맞춤 일 것 같다. [미디어펜=김태우기자]

   
▲ '지친 영혼의 안식처'…아슬란, 대형세단의 신세계를 보았다!/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