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야권단일화 외쳤지만 명분은 제시하지 못해
정체성 사라진 안철수, 국민의힘은 이해득실 따지기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단일화 후보’를 내세우면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야권 최대주주인 국민의힘의 반응은 뜨끈미지근하다. 야권 연대를 통한 득실을 따졌을 때 실질적인 이득이 얼마냐 되겠냐는 냉정한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움’이다. 이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 많은 공을 들였던 부분으로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대국민 사과 역시 변화된 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행보에 비춰볼 때 현재의 안 대표가 국민의힘의 행보와 부합하느냐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안 대표가 정치권에 발을 담근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당시부터 항상 기존 세력을 비판하며 차별화를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존 세력과의 타협이었기 때문이다.

안 대표가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빚어낸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가 계기였다.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안 대표는 나경원·박영선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정치권과는 다른 인물로 ‘참신함’을 내세웠다.

   
▲ 19대 대선에 출마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17년 5월 8일 대전을 방문해 거리 유세를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드롬을 일으켰던 안 대표는 장기간 이어진 출마 고민 끝에 결국 지지율 5%대였던 박 전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이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고, 차기 대선에서 ‘안풍’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새인물’이었다면 안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양강 구도에서 안 대표는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면서 기존 정치권 전체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대권 후보, 당 대표, 국회의원, 서울시장 후보 등 정치권의 모든 자리를 거치는 동안 보여준 그의 행보는 ‘새정치’와 거리가 멀고, 현재의 위상 또한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여러 후보 중 한 명”이라는 김 위원장의 평가도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2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가진 최대 무기는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성이었다”면서 “그런데 지금 안 대표가 기성 정치인과 뭐가 다른가. 국민들 보기에는 똑같은 정치권의 인물이다. 안 대표의 아이덴티티 자체가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안철수’라는 이름이 갖는 파급력이 예전과 다르다”면서 “보궐선거에서도 일정 지분 이상의 영향력은 발휘하겠지만 결국 야권의 표를 나눠 갖는 n분의 1,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실제 안 대표는 출마회견에서 본인 중심의 야권 개편을 제안했을 뿐, 왜 자신이 ‘야권 단일후보’가 돼야 하는지 마땅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야권 단일화의 명분을 사실상 국민의힘에게 떠넘긴 셈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야권이 안 대표를 끌어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안 대표가 야권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면서 “보궐선거까지 길다면 길지만 타임 테이블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다.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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