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화합 쌍용차, 경영난에 존패위기…손실키우는 강성노조, 차 산업 경쟁력 저해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쌍용자동차가 지난 21일 11년만에 다시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가며 존속이냐 해체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문제는 이런 쌍용차의 문제가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고질적인 고임금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등 해외 자본이 최대주주인 국내기업들에게는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통해 회생절차 신청을 결의하고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 신청서, 포괄적금지명령 신청서 및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쌍용차 제공


회사측은 "지난 15일 경영상황 악화로 약 600억원 규모의 해외금융기관 대출원리금을 연체하면서 해당 금융기관과의 만기연장을 협의해 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상환할 경우 사업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돼 불가피하게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쌍용차는 ARS프로그램 신청서도 동시에 접수함으로써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현 유동성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 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 주는 제도다.

쌍용차의 이같은 경영난은 판매부진에 따른 적자가 지속된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쌍용차는 지난 2007년 이후 티볼리의 성공과 함께 2016년에는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새로운 신차개발에 비용을 투입하며 소폭의 적자가 지속돼 왔다. 

하지만 후속모델에 대한 기대로 비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문제는 지난 2018년 노사간 고통분담을 지속하며 미래경쟁력확보에 만전을 기하던 쌍용차에 정부차원에서 추진한 해고자 복직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에도 겨우 신차를 출시하며 버티고 있던 쌍용차에 인건비 상승이라는 큰 리스크가 더해진 것이다.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 5사 중 가장 암울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현대·기아차처럼 본사가 국내에 있는 대기업도 아니고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처럼 수출 물량을 책임져 줄 강한 브랜드파워를 가진 모기업도 없다.

그럼에도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쌍용차를 부러워하는 한가지가 있다. 바로 '10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로 대변되는 협력적 노사관계다.

경쟁사들은 매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나 임금협상(임협) 때문에 노조와 줄다리기를 하느라 불필요한 소모전을 겪고, 파업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쌍용차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웠다.

매년 내놓을 수 있는 신차가 기껏해야 한 차종이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해 수익성 확보도 쉽지 않음에도 불구, 쌍용차는 '협력적 노사관계'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기에 국내 완성차 판매 3위에 오를는 성과도 보인바 있다.

쌍용차가 적자 누적에 따른 자금난으로 위기에 처하자 이런 협력적 노사관계는 더욱 빛을 발했다. 각종 복지 중단 및 축소는 물론, 전직원 임금 및 상여금 반납 등 고강도 경영 쇄신책을 노조가 대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존의 해고자를 무리하게 복직시켰고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순환근무를 하며 기존대비 70%의 임금은 지속적으로 지불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미래 먹거리인 자율주행 분야와 전기차 분야의 원천 기술력 확보에 만전을 기울여 온 쌍용차다. 

결국 정부의 일자리 욕심이 부른 피해를 쌍용차라는 한 기업이 고스라니 안게 된 것이다. 

쌍용차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의 경기 침체로 1~3분기 영업적자(3089억원)가 지난해 적자(2819억원)를 이미 뛰어넘었다.

그나마 쌍용차가 현재까지 버틸 수 있는 여력을 만든 것은 노사의 화합이었다. 하지만 이런 쌍용차 노사도 현재의 상황을 이겨내기는 힘들어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고 판매량이 줄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수출이라는 버팀목을 믿고 강성성향을 보이는 노조들에게 쌍용차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현재 최대주주가 외국계 회사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경우 이런 노조리스크는 본사입장에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한국지엠은 올해 임단협을 지난 21일 조인식을 통해 겨우 해를 넘기지 않고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의 파업과 수만대의 생산차질을 겪었다. 르노삼성의 경우 올해 임단협 협상을 제대로 진행조차 못해보고 멈춰있는 상태다. 노조가 내년 수출물량의 생산에 돌입하면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고질적인 고임금 리스크는 해외기업들이 국내 생산공장을 두려워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에 해외투자자들이 쉽게 국내에 추자를 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공장의 임금은 글로벌 최고수준이지만 생산능력은 이에 한참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임단협 시즌이 되면 노동강도에 대한 부분은 나오고 있는 것은 깊이 생각해 봐야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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