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 회장 "기업 대표 구속 시 재해 예방 활동 제대로 못할 것"
"산안법, 개정 1년도 안 지나…중대재해법 제정, 중장기 논의해야"
   
▲ 22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정병윤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 등 8개 경제단체인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제정에 반대하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가 이뤄지자 경제계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입법"이라며 연일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22일 중소기업중앙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견기업연합회·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 등 8개 경제단체들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최대 피해자는 663만 중소기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법안이 시행된다면 원청-하청 구조·열악한 자금·인력사정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 사업주가 범법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산업안전정책 수준이 높은 영국·미국 등 선진국들은 정부와 민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고 예방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기업인 처벌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손 회장은 "현행 사후처벌 중심의 정책으로는 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는데 한계가 있어 정부가 산업안전정책의 기조를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업주 처벌을 강화한 개정 산안법이 시행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필요성 여부는 개정 산안법 효과를 평가한 후 중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이미 기업 대표에 대한 처벌 규정은 산적해있다"며 "현안 대응하기 바쁜 와중에 이와 같은 처벌법이 하나 더 생긴다는 점은 기업 활동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인공지능(AI)·사물 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정부와 기업이 현장에 공동 보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윤 전문건설협회장은 "건설산업현장에서 모든 사고에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기관이 관리자를 배치하는만큼 처벌법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협회장은 "사후 처벌보다는 예방·감독이 더욱 필요하다"며 "국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회장단 입장 발표 후 이뤄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산업안전에 관심을 두고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기업이 의지를 가지고 안전상 필요한 부분에 관심을 갖고 사전 조치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재해 예방 차원에서 기업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이 "2개월 전 CJ대한통운 물류작업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인력을 늘려 피로도를 낮추는 등 사측이 1800억원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중대재해법으로 기업 대표를 구속할 경우 이와 같은 재해 예방 활동은 쉽게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이 무역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김영주 무협회장은 "국내 기업들은 수출로 먹고 산다"며 "그 이전에 경영·근로 여건이 돼야 하기 때문에 공감하는 차원에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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