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앞은 삼엄했다. 수백 명의 경찰들이 인근 거리와 인도, 도로를 통제하는 가운데 주위를 지나던 행인들은 헌법재판소 앞에 접근할 수 없었다. 이처럼 보안이 철저한 가운데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이 선고됐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19일 오전 10시 법무부의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청구를 받아들여 통진당을 해산했다.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5명 의원직도 박탈됐다.

   
▲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가 선고되기 직전, 헌법재판소 앞 풍경. 경찰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헌재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된 첫 사례다. 해외에서의 다른 경우를 합하면 다섯 번째 정당 해산 사례다.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마지막 재판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마지막 심판 자리에서 박한철 헌재소장은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고 주문을 낭독했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은 인용 8, 기각 1로 결정되었으며,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 8명 모두 해산에 찬성했다.

헌재의 마지막 재판은 정숙한 가운데 진행되었지만, 밖의 현장은 통진당 해산의 찬반을 두고 양측의 수많은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 통진당 해산에 찬성하는 보수우파 단체 및 일반시민들이 무단횡단한 후 경찰들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헌재소장의 주문 낭독이 시작되기 앞서 통진당 지지자들은 자리에 모여 앉아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고, 통진당 해산에 찬성하는 보수우파 단체들 및 일반시민들은 계속해서 구호를 외치다가 폴리스라인을 넘어 경찰들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찰들의 제지로 보수우파 단체들은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 계속해서 ‘통진당 해산’을 외치며 시위했다.

양측의 시위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10시 35분 해산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자, 양측의 희비는 엇갈렸다.

통진당 해산을 환영한 일반시민들과 보수우파 단체는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며 다 함께 기뻐했다.

   
▲ 통진당 해산에 기뻐하는 시민들 

길 건너편의 통진당 지지자들은 일순 침묵이 감돌았으며, 이내 욕설과 고함이 나왔다. 양측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통진당 지지자들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우리 민중들과 함께 반드시 오늘의 이 결정을 반드시 저들에게 천배 만배로 되돌려줄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잡아가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정부의 야만적 폭거를 규탄한다는 구호를 계속해서 외쳤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 침통한 표정의 통진당 지지자들. 사회자의 선도로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선고 전과 비교해서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