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권 침해 우려 입법 중단하고 다양한 공급책 내놔야
'1가구 1주택'을 법률에 명문화하는 법안이 집권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에 의해 발의됐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은 22일 '1가구 1주택 보유 및 거주', '무주택자 및 실거주자 주택 우선 공급', '주택의 투기목적 활용 금지' 등을 법률로 명시하는 내용이 담긴 '주거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대표발의자인 진성준 의원은 "서민의 주거안정 보장하고 자산 불평등을 줄여 나가기 위한 원칙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주거기본법 개정안은 "1세대가 1주택을 보유·거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할 것", "주택이 자산의 증식이나 투기를 목적으로 시장을 교란하게 하는 데 활용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주택을 소유하지 아니하거나 실제 거주하려는 자에게 우선 공급할 것"을 명시했다. 

배경 논리는 '주거권 보장'이 잘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진성준 의원은 전국 주택수가 1995년 957만호에서 2018년 2082만호로 2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주택보급률도 같은 기간 73.9%에서 104.2%에 달했지만 자가점유율은 53.5%에서 58%로 4.5%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주택 소유 구조가 불평등해 졌기에 이를 바로잡을 원칙을 법률로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 의원은 "국민의 주거권 보장이라는 '주거기본법'의 목적이 효과적으로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실거주자 중심의 '1가구 1주택'을 주택정책의 큰 원칙이자 기준으로 삼아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자산 불평등을 줄여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전문가들은 '1가구 1주택'을 법률에 원칙으로 명시하는 것은 시장 원리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이 나올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므로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처벌 조항 등 강제 규정은 없지만 '주거권과 불평등 해소'를 명분으로 기존의 규제를 초월하는 초강력 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주택을 일시적으로 두 채 보유하게 되는 것도 불법이 될 수 있으며 매매를 어렵게 해 거주이전의 자유까지도 침해할 수 있는 위헌적 법률이라며 반발했다. 중과세 등으로 다주택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어도 다주택 보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은 '1가구 1주택 보유 및 거주' 등을 법률로 명시하는 내용이 담긴 '주거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1가구 1주택을 '수단'으로 이를 법제화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발상은 헌법 119조 1항의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진성준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당은 "1가구 1주택을 '목적'으로 실거주자 보호의 정책 방향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1가구 1주택을 '수단'으로 이를 법제화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발상은 헌법 119조 1항의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안에서 말하는 '투기'가 무엇을 말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교육이나 직장 문제 또는 결혼이나 상속 등으로 일시적으로 다주택이 된 경우에도 투기로 봐야하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반대 여론이 빗발치자 진성준 의원은 1가구 다주택 소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전혀 아니라 이 원칙을 주택정책의 큰 방향과 기준으로 삼도록 법률로 명문화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분양 시 무주택자 우대, 1주택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등 기존의 주택 정책이 '1가구 1주택'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런 원칙을 법률로 명문화할 필요성이 있을까 싶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문제점도 있다. 개정안은 '1가구1주택'의 보유와 거주를 하나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보유와 거주가 언제든 분리될 수 있다.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왕성하게 일할 때에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 주택을 보유하게 된다. 이른바 '직주근접'이다. 

하지만 은퇴를 하게 되면 공간도 좁고 비싼 직장 인근 또는 도심 주택을 처분하거나 세를 놓고 외곽으로 나가게 된다. 세를 놓고 나가면 보유와 거주가 분리된다. 보유와 거주를 묶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도시에 와서 돈을 번 사람이 고향인 시골 마을과 도시에 집을 각각 한 채씩 보유하는 것을 나무랄 수도 없다.

주택은 공공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적 재화이기도 하다. 절묘한 균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적 재화의 경우는 자유롭게 보유하도록 해야 균형 가격이 형성된다. 삼성전자 주식을 예로 들어보자. 주가가 쌀 때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산 사람은 큰 부자가 됐다. 비싸게 산 사람은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한다. 

시장은 불확실하고 그 속에서 수많은 비합리적 거래들이 중첩된다. 그 과정에서 합리적 가격을 찾아간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부자가 되고 다른 누군가는 주식이 없어 가난하다고 해서 '1인1주식'을 법률로 정해서 강요할 수는 없다. 주택 보유와 주식 보유가 같이 취급될 수는 없지만 경직된 정책은 실패를 부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대 변화도 감안해야 한다. 저출산 시대 외동 아들이 외동 딸을 만나 결혼하고 1주택이 있는데 본가와 처가 양쪽에서 주택을 각각 상속받는다고 한다면 한순간에 1가구 3주택이 될 수 있다. 일본과 같이 인구 감소로 지방 도시들에서는 집값이 폭락하고 무더기로 빈집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주택 값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하는 것이 정책 목표였다. 장기화한 내수침체로 전국 주요 도시의 신축 아파트 단지가 미분양 상태에 있었다. 일산 신도시 등 수도권 외곽의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값이 반토막이 났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초래돼 거주이전의 자유를 상실했다는 푸념이 나올 지경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했다. 부동산 경기는 살아났지만 일부 지역에서 과열됐다. 문재인 정부는 미시 조정으로 과열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25번이나 되는 반시장적 초강력 규제를 퍼부어 시장을 통제불능 상태로 만들고 말았다.

지금 시장이 원하는 것은 교통, 교육, 쇼핑, 생활편의시설이 좋은 인기 지역에 있는 새 아파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들어 시행한 부동산 대책은 공급은 막고, 보유와 양도 모두를 어렵게 해 놓았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보유와 양도의 비용이 큰 폭 증가한 가운데 대출을 막아 놓아 인기 지역 좋은 아파트, 비싼 아파트는 부유층만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집값이 오르자 부동산 규제를 남발해 국민 10명 중 7명은 규제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37곳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11곳으로 늘어나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가운데 집값만 올라가고 있다.

해법은 합리주의와 시장원리 존중이라는 교과서적 대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고, 규제를 풀어 시장의 창의성이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주택 공급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공공주택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 공급 물량 확대, 융자 확대 등을 통해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가계의 소득을 높여줘야 한다.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고 대량으로 풀린 유동성이 줄어들면 집값은 조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정부는 수차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지만 물량 대부분이 다세대·연립(빌라) 등이고 이 마저도 임대에 집중돼 있다. 시장이 원하지 않는 것을 공급하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내년 아파트 입주가 올해보다 2만가구 준 2만9000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도 서울에서는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이념에 바탕을 둔 반시장적 주택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공공참여와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한 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억제 등 기존 정책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땅 소유권을 공공부문이 갖는 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 개념을 도입할 의사를 내 비췄다. 공공의 역할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데 그쳐야 한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