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예산 나왔지만 내년부터 없어…코로나 사태속 '업체 부도' 위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유전자 조작이나 변형을 거치지 않은 식재료인 Non-GMO(Non-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농산물을 공급해온 일부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매출이 급락해 적자 상태에서 재고만 쌓이고 내년도 농산물 생산 계획이 차질이 크다.

1차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학교급식 공급의 급락 때문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광역 지자체와 지방 교육청 간의 불협화음이 읽힌다.

지난 2018년부터 서울시는 자치구와의 협력사업으로 학교 급식 조리과정에서 Non-GMO 가공식품을 구매하는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구매액의 일부를 지원하는 '학교급식의 Non-GMO 가공품 차액지원 사업'을 시행해왔다.

문제는 이것이 3년간 시행하는 한시적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연간 22억 42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이 집행됐지만 내년부터 전액 삭감되어 따로 편성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 3년간 Non-GMO 가공식품을 만들어온 농민들은 생계가 엎어진 막막한 입장이다.

   
▲ 서울시교육청 청사 전경./사진=미디어펜
370여 농가와 출하단체를 조직해 서울 등 대도시에 연간 50억원 규모의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해온, 서울시 관련 한 협동조합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본지의 취재에 "코로나 초기에는 아예 없어서 돌봄 아이들만 상대로 나가다가 그건 극소량이고 배송비만 나가서 계속 적자였다. 매출은 있지만 배송비만 더 나가니 적자 폭이 커졌다"며 "서울시의 Non-GMO 사업에 맞춰 농가들이 종류를 바꿔 재배하고 제조업체에서는 그걸 가져다 만든건데 피해가 막심하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 측에서) 소진이 안되니 그걸 가져다 판매할 곳이 없다. 유전자 조작 없는 것으로 만들면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며 "(Non-GMO) 물건들이 이미 썩어서 폐기한 것들이 많다. 코로나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인데 정부 당국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유통단계 마진을 2단계 없앴기 때문에 그나마 버텨왔지만 내년도 시 예산이 없다고 하면 정말 큰 타격"이라며 "예산이 없다는 사실관계나 그 대책을 미리 알려주면 먹고 살 길을 따로 찾았을 것이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Non-GMO 공급) 계약 업체만 40여 군데이고 이 건에 목숨 걸었던 업체들"이라며 "재고액만 5억 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급식의 Non-GMO 식재료 확대 주무청인 서울시교육청 수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와 관련해 지난 11월 3일 열린 서울시의회 교육위 행정사무감사에서 "세부적으로 다시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황인구 서울시의원(강동4-더불어민주당)이 당시 서울시교육청을 대상으로 진행된 행정사무감사에서 Non-GMO 확대에 소극적인 교육청 행정을 지적하고 사용 확대 지원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하자, 조 교육감은 "교육청 역시 서울시에서 요청이 있으면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관련 예산이 책정되어 집행하는 상황은 녹록치 않다. 본지 취재 결과, 이미 내년도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 시와 시교육청은 서로 다른 얘기를 전했다.

시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확대하자고 제안을 드렸고 이에 대해 교육청은 현장조사도 하고 검토해서 안을 만들겠다고 했고 지난번 검토회의도 한번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것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시 임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과 발맞추어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청에서 안을 만들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희는 교육청 계획이 나오길 고대하고 있다. 어디 예산이냐는 관점을 떠나서 어떻게든 방안을 마련하고 예산 확보는 그 다음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시교육청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교육청 예산으로는 할 수 없고 시 예산으로 밖에 할 수 없다"며 "Non-GMO라는건 서울시 사업이고 거기서 계획하고 그 예산을 통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2021년도 예산은 종료됐다고 하지만 계속 추가적으로 할지 안할지는 서울시가 해왔으니 거기서 할 문제"라며 "Non-GMO 기존 사업을 해왔고 예산편성을 자체적으로 시가 해왔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예산편성을 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각 학교 실정상 Non-GMO를 따로 쓰지 않고 있는데 Non-GMO에 대한 예산 편성을 하는건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GMO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통해 진짜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그 구체적인 시행 방법에 있어서 양측 간의 떠넘기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와 시교육청 중 어느 한쪽이 적극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Non-GMO 협력을 강화하고, 그 생산에 매진해온 농민들 시름을 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