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좌파와 사상적 허영심 횡행…자유부정 하는 자유 인정 안돼
최근 고교생이 종북콘서트로 논란을 빚은 신은미 황선 토크콘서트에 인화물질 냄비를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 공권력이 자유민주주의 등의 헌법가치를 수호하지 못해 개인이 나선 사례였다. 이는 체제의 안녕을 보장하지 못하는 일종의 정치실패로 여겨진다. 자유경제원은 지난 9월부터 ‘정치실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자유경제원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무상급식’, ‘사적 자유와 재산권을 위협하는 정치’, ‘헌정 위기를 자초한 식물 국회’, ‘경제평등 경제민주화를 내세워서 추락하고 있는 한국경제’ 등 정치권의 정치실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래 글은 정치실패를 주제로 하여 고교생의 신은미 종북콘서트 인화물질 투척 사건을 바라본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의 자유경제원 <세상일침> 기고문이다. 원문은 자유경제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다

정치실패 : 국가가 헌법가치 수호 못하면 ‘제 2의 익산사건’ 또 벌어진다

지난 10일 밤 전북 익산에서 간단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한 고교생이 불 붙은 냄비를 '신은미-황선 토크 콘서트’ 무대로 투척하려다 붙잡혔다. 신은미와 황선은 북한을 찬양한 혐의 등으로 고발돼 있는 대표적인 '종북 논란’ 인사다(본인들은 종북이 아니라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학생은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하셨는데”라는 질문을 하려다 저지당하자 준비해온 냄비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 신은미, 황선 ‘종북’ 논란 토크콘서트의 인화물질 방화영상. 방화가 일어난 직후 현장의 모습. 방화를 저지른 오모군이 무대로 돌진하고 있다. /자료캡처. 영상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sOuOzUBmJgw 

우익의 보복 시작인가?

이번 사건은 여러 면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반 방화사건과 다르다. 첫째 이른바 우익이 대한민국 내의 종북과 좌익세력을 응징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다. 징후는 이 사건 전에 이미 나타났다. 서북 청년단 부활 움직임은 그 신호탄이었다. 서북 청년단이 어떤 단체인가? 1946년 11월 이른바 '빨갱이’들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나선 반공단체다. 극도의 혼란기인 해방공간에서 이 단체는 공산주의자로 의심되는 자와 단체, 모임을 공격했다. 백범 김구 선생과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도 서북 청년단 소속이었다.

이런 서북 청년단이 재건 수순을 밟으면서 종북과 좌익에 대한 '적극 대응’ 가능성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익산 사건이 터진 직후 “저럴 것 같더니”라는 생각이 든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서북 청년단과 같은 우익단체가 등장하는 환경에서 제2, 제3의 익산 사건이 향후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에서 우익의 행동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발화점에 접근해 있다고 봐야 한다.

종북의 우익 약 올리기와 인내심의 한계

둘째 이번 사건은 종북과 친북주의자들의 지나친 우익 '약 올리기’와 이를 지켜봐 온 우익의 인내심 한계가 충돌한 예로 해석할 수 있다. 고교 3학년 학생이 좌파 우파 구분법을 제대로 알았을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우익을 표방하는 어버이단체와 일베 사이트가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중이다. 이것은 전에 없던 우파 행동대가 전면에 나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과격행동과 점거, 불법농성이 좌파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 그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셋째 익산 사건을 포함한 우파적 행동이 나오는 배경은 두 가지 성취와 자신감에 기반하고 있다. 하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국제적 위상향상이고, 다른 하나는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북한 자체의 몰락이다. 그 동안 남한에서는 종북을 단순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쯤으로 봐주는 강남좌파와 사상적 허영심이 횡행했었다.

   
▲ 재미교포 신은미 씨가 12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콘서트 종북몰이 신은미-황선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탈북자 증언에 무너지는 종북 논리들

이런 일파와 달리 우파는 여행할 자유, 글을 쓸 자유, 투표할 자유, 교환할 자유 같은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를 악(惡)이라고 부르고, 그런 악을 추종하거나 그 악의 그림자를 넓히려는 자들(종북)을 사상전(戰) 대상으로 본다.

최근 진보로 분식된 통진당에 쏟아지는 싸늘한 시선은 우파 인내심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무엇보다 탈북자들의 살아있는 증언은 평양 사령부를 비롯해 통진당과 종북 세력의 사상과 이론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어처구니 없는 가짜인 지를 적나라하게 가르쳐 준다.

국가역할 대신하려는 자력구제

넷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천명한 헌법가치를 적극적으로 지켜내려는 국가의 의지가 부족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 지를 이 사건은 보여줬다. 그것은 자력구제와 폭력 의존성의 증가다. 종북은 북한의 가치와 연결을 맺고, 남한을 무너뜨린다는 목표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그런 종북이 종북 차원을 넘어 반국가단체 혐의를 받고 있는 통진당으로 변태해 헌법 수호기관인 대한민국 국회에 들어갔고 이들이 주도하는 거의 모든 집회가 대한민국의 헌법을 뿌리째 흔들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었다. 유사 이래로 사상 전쟁은 물불을 가리지 않아 왔다. 사상전에서 자력구제가 등장했다는 것은 국가에게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사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잘못 해석하는 사상의 사치 탓에 종북을 몸 안에서 키워 온 과오가 있다. 자업자득이다. 이것은 독재 정권이 과잉 사용한 '빨갱이’ 피해자에 대한 사상적 보상심리와 자유 인권국가라는 타이틀 컴플렉스도 작용했다.

   
▲ 통진당 해산에 기뻐하는 시민들  

보편적 자유국가는 종북을 엄중하게 다뤄야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정도로 개방화, 보편화, 체계화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는 북한을 인권유린 국가로 낙인 찍은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특히 아무런 자유도 보장하지 않는 북한과 북한 사령부를 추종하는 개인과 단체를 '생각이 다른 사람’으로 관용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남한에는 이제 수 만 명에 달하는 탈북자 증인들이 있다. 우선 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한다. 이들은 대북 삐라를 뿌리고 UN활동, 해외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 북한 실상을 고발한다.

국가가 헌법에 기초해 종북을 다뤄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 개인과 단체들의 자력구제와 충돌은 국가가 제 역할을 해야 제한된다. 냄비에 인화물질을 넣어 신은미-황선 콘서트에 던지려 한 학생은 아마도 창살 안에서 국가의 역할을 묻고 있을 지도 모른다.

   
▲ 통진당 해산 선고 직후, 침통한 표정의 통진당 지지자들. 사회자의 선도로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선고 전과 비교해서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 

종북은 사상 아닌 정신질환

혹자는 종북은 사상이 아니라 정신질환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남한에서 누리는 모든 인권을 부정하는 악의 나라를 좋은 곳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상은 아닐 터다. 자유주의가 만개하는 세상은 폭력을 부정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세상이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개인의 자유, 시장, 교환이 보호되어야 한다. 자유를 부정하고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를 무너뜨리려는 자유는 인정될 수 없다.

고교생의 냄비투척을 변호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무죄를 선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국가에 양도한 정당한 폭력을 국가가 행사하길 주저한다면 그 후에 일어날 혼란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익산 냄비투척은 여러 걱정스런 상황에서 발생한 간단치 않은 사건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