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2월 임시국회내 처리 강조하지만 당내 입장 조율도 안돼
야당 불참 속 제대로 된 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과잉입법 우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12월 임시국회 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여당의 입법 강행 분위기 속에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한 ‘독소 조항’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단독으로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어 중대재해법 심사에 착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오는 29일 소위를 다시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중대재해법 유관 부처를 향해서는 이날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8일까지 합의안을 만들어올 것을 요청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소위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법안을 일회독하고 28일 오전까지 부처 협의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다음 소위 때는 부처 협의안, 관계 부처를 불러서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법안을 정리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 의원은 "(법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견이 많지 않았고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사진=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제공

국민의힘은 이날 소위에 불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먼저 단일안을 만들어 협의하면 언제든 협의에 응할 수 있다"며 "내부 의견조차 정리하지 못한 채 체계에 맞지 않는 법안을 막연히 심사하자고 올리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들도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 소위 위원끼리 갑론을박만 벌이다가 결국 정부에 오는 28일까지 단일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면서 "민주당이 국민의힘 요구를 즉각 받아들였다면 중대재해법 처리를 위한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야가 법안 처리를 위한 시작단계부터 삐걱거리면서 과연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이 제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음표’가 붙고 있다. 여야 모두 12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임시국회 종료일인 1월 8일까지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큰 틀에서 동의 의사를 밝혔지만, ‘독소조항 제거’를 단서로 제시한 만큼 법안 통과 전 여야 간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조문 내용에는 과잉입법도 있고, 책임 원칙에 반하는 규정도 있어 손볼 규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과잉입법'은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책임 원칙에 반하는 규정'은 하도급 업체에서 발생한 재해 책임을 원도급기업주에게 부과하는 조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 24일 민주당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법사위 소위에서도 위헌 소지 문제가 제기됐던 인과관계 추정 부분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박주민·이탄희 의원 안에는 '사고 이전 5년간 안전 및 보건 조치 의무와 관련된 법을 위반한 사실이 수사기관이나 관련 행정청에 의해 3회 이상 확인된 경우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 22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정병윤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 등 8개 경제단체인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제정에 반대하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백 의원은 "박 의원 안이나 이 의원 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 그 조항으로 갈 수 없다는 데는 공감을 거의 이뤘다"며 "최종적으로 조항 형태를 바꿔서 할지, 가중처벌 조항으로 돌릴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원도급기업주 처벌 △공무원 처벌 규정 수위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다중이용업소 제외 등 여야간 이견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은 내용이 상당수 존재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참여를 촉구하면서도 정의당의 단식 농성이 2주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독으로라도 논의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백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오지 않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야당이 불참해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먼저 단일안을 만들어오면 언제든 협의에 응할 수 있다”며 “내부 의견조차 정리하지 못한 채 체계에도 맞지 않는 법안을 심사하자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중대재해법에 대한 경영계 공식 입장을 국회 법사위에 제출했다. 경총은 입장문에서 경영책임자와 원청이 지켜야 할 예방기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규정하지 않는 등 중대재해법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법정형으로 인해 산재예방 효과 증대보다는, 소송증가에 따른 사회적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며 “부분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중소기업만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는 등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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