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문재인 대통령 재가 징계 집행정지 결정…법치·민주주의 세우는 계기돼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제청에 의해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혔다.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은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받은 윤 총장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이 재가한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히면서 애초부터 무리한 징계였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이로써 윤 총장은 지난 17일 직무정지 이후 8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법원은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주문, 대통령이 신청인에 대하여 한 정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징계·직무배제 부당 의견 권고와 같은 날 행정법원의 직무복귀 결정에 이어 이번 징계 집행정지 인용까지 3번의 고비를 넘기며 생환했다.

법원 결정에 윤 총장은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는 침묵했다. 징계를 제청한 추 장관과 재가한 문 대통령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법원으로부터 두 차례나 '윤석열 몰아내기'에 제동이 걸리면서 정권의 신뢰에도 큰 흠집을 남겼다. 무리한 징계가 부른 참사라 할 만하다.

윤 총장과 현 정부와의 마찰은 조국 사태로 빚어졌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화살이 입시비리 등 숱한 의혹을 받고 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겨냥하면서다. 조국 지지자와 여당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마음의 빚' 운운하며 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기 하루 전 조국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징역 4년, 벌금 5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정권의 윤석열 검찰총장 때리기는 조 전 장관의 낙마 이후에 더욱 노골화됐다. 문재인 정부는 국론 분열 앞에서도 감싸기에 급급했다. 급기야 추미애 장관을 앞세워 수사를 벌인 윤 총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수사 검찰을 '개혁 저항 세력'이자 '적폐'로 몰아붙였다. 지금도 여권 일각에선 정경심 재판부를 공격하고 '사법개혁'을 외친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제청에 의해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혔다. 24일 서울행정법원은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받은 윤 총장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이 재가한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히면서 애초부터 무리한 징계였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사진=사진=대검찰청 제공

윤 총장의 손을 들어 준 이번 결정은 여권의 법치 파괴 폭주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헌정 사상 초유인 검찰총장 징계에 대한 대통령 재가 결정을 법원이 뒤집었다는 점에서 삼권분립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의미도 있다. 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민 앞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거대 의석의 집권여당은 수적 우세를 내세워 막무가내로 법안을 몰아붙인다. 협치는 찾아볼 수 없는 일방독주의 의회는 그야말로 '정치적 폭력집단'을 방불케 한다. 자만과 오만은 내로남불의 절정으로 치달았다. 자기편만을 향한 위험한 독주가 '민주'마저 잠식해 갔다. 불리한 판결과 결정에 대해 '법관 탄핵'까지 거론하며 사법부를 통제하려는 반민주적 행태를 자행해 왔다. 

윤 총장의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였다. 윤 총장 측은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가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침해하고 법치주의 훼손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 측은 집행정지가 인용됐을 때 수사 차질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의 직무가 정지됨으로써 법이 보장한 총장 임기제를 통해 실현하려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되고 권력 수사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고 봤다.

징계 과정에서도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숱하게 전문가와 언론이 지적이 있었지만 추 장관은 밀어붙였다. 징계위원회를 친여 성향 교수와 검사들 위주로 꾸리고, 윤 총장 측에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서둘러 회의를 끝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도 객관적 증거없이 의혹만 갖고 징계 처분을 밀어붙였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에 이르기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내린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검찰개혁을 빙자한 여권의 법치 파괴와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라는 길들이기식 폭주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각별하다. 여권은 앞으로 윤 총장 사퇴 공세를 멈추고 소모적인 논란도 자중해야 한다. 사법부를 통제하려는 반민주적 행태도 중단해야 한다.

검찰개혁을 빌미로 윤 총장을 몰아내려 했던 추 장관은 온갖 무리수를 두고도 완패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꼴이다. 추·윤 갈등에 침묵하며 책임을 전가하며 '비겁한 재가'를 내린 문 대통령도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를 자처하는 정권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 원칙을 훼손한 것은 역사적 오점으로 남게 됐다. 

문 대통령이 '새해 벽두 출범'을 선언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진정성도 믿을 수가 없게 됐다. 여당이 상륙작전 하듯 인해전술로 밀어붙인 의도를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 길들이기에 온갖 무리수를 동원한 정부가 독립성과 중립성을 백번 말한들 누가 믿겠나.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는 막고 입맛대로 하겠다는 속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추·윤 갈등은 일단락 됐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고 새로운 장관을 임명해 하루빨리 법치를 바로 세우고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조국 사태와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한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비겁한 그림자 정치를 버려야 한다. 때를 놓치면 국정 주도권이 흔들리고 레임덕도 현실화된다.

윤 총장은 자신이 말한 대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지켜야 한다. 그의 앞에는 해결해야 할 사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권력형 비리 수사가 줄줄이 놓여있다.

돌아온 윤 총장과 남아있는 검찰은 권력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 일단 내부단속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의 채널A 기자 사건조작 의혹 규명,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비롯한 정치 검사들의 권한 오·남용에 대한 감찰과 수사로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법치주의와 헌법정신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