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신차효과 톡톡…새로운 기록 갱신
수출길 막혀 전체 실적 하락…글로벌 생산 7→5위로
국내 완성차 시장은 올 한해 예상치 못했던 변화에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올해 초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부품수급 차질로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피해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하지만 새로운 신차의 등장은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장 활성화를 만들어 냈다. 다만 어려운 시국에도 여전한 노사간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지속됐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으로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빨라졌다. 미래차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속출하고 있다. 미디어펜은 3회에 걸쳐 다사다난했던 2020년 자동차 산업을 돌아보고 새로운 2021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올해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완성차의 실적 수요 위축으로 부진이 예고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내수시장에서는 27종의 신차가 등장하며 판매실적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부 부품 공급 차질 등 어려움으로 신차들마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새로운 수요가 집중되며 국나 자동차 산업이 선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런 실적은 내년에 코로나19 사태 안정화로 글로벌 회복세로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미디어펜

28일 관련업계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다 5사의 1~11월까지 내수 판매 규모는 147만3976대에 달했다. 

월평균 판매량이 13만대를 웃도는 대목이 연말시즌까지 더하면 지난 2002년의 162만대 판매 기록을 경신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는 글로벌 주요시장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6.2%의 내수 증가를 보였다. 올해 10월까지 중국(-4.7%), 미국(-17.3%), 일본(-14.7%), 독일(-22.9%), 인도(-32.3%), 프랑스(-25.2%) 등 자동차 시장은 두 자릿 수 침체를 보인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의 국가별 자동차 생산순위도 7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올해(1~10월 기준) 인도, 멕시코를 제치며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성과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에 수출이 급감하자 내수로 물량을 확대 전환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올 상반기 내수 비중은 49%(수출 51%)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내수 비중은 39%(수출 61%)에 불과했던 모습과는 차이를 보인다.

또 국내 자동차산업은 위기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생산시설 및 인력규모를 유지하며 산업생태계를 보존하고 3분기부터 부품업계 경영실적 개선 등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부품업계 경영실적 또한 85개 상장사 기준 상반기 급감세에서 3분기 회복세로 전환됐다. 매출액은 상반기 16% 감소했으나 3분기 증가세(3.1%)로 돌아섰으며 영업이익은 891억 적자에서 5000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적자기업 수 역시 49개에서 26개사로 축소됐다.

내수 시장 확대 속에서 업체 간 양극화 현상도 뚜렷했다. 현대차의 1~11월 누적 기준 국내 완성차 판매는 71만9368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49%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51만35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9.02% 증가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94% 늘어난 7만3696대를 판매했다. 르노삼성차도 14.37% 증가한 8만7929대를 기록했다. 반면 쌍용차는 7만944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28% 감소했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현대자동차 올 뉴 아반떼, 기아자동차 신형 쏘렌토, 한국지엠 소형SUV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자동차 프리미엄 디자인 SUV XM3. /사진=미디어펜
국내완성차 업계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역대급 신차의 등장이었다. 시기적으로도 슈퍼사이클을 맞이했던 만큼 이같은 신차효과가 실적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여기에 정부의 경기부양책 개별소비세 인하까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올해 내수시장에서 소개된 신차는 부분변경모델을 포함해 총 27종이다. 

이중 세부모델까지 포함하면 30종 이상의 국산차 신차가 소개됐다. 특히 현대·기아차(15종)에 집중됐던 모습과 달리 르노삼성(6종)과 한국지엠(4종), 쌍용차(2종)까지 새로운 모델을 소개하며 신차의 퍼레이드에 가세했다. 

특히 올해 소개된 신차들은 사전계약 대수부터 신기록을 세우며 놀라운 기록갱신의 신화를 보였다. 현대차의 7세대 올 누 아반떼는 사전계약 하루만에 1만대를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웠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도 1만842대를 기록했다. 

SUV의 경우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큰 놀라움은 아니었지만 세단인 아반떼의 선전은 시장을 놀라게 했다. 특히 이번 아반떼의 기록은 지난 1990년이후 최대의 기록갱신이었다. 

현대차의 고급차브랜드 제네시스도 놀라운 기록 달성의 연속이었다. 고급차 시장에서 신생브랜드로 등장한 만큼 시기적인 상황과 맞물려 저조한 실적이 예상됐지만 국내자동차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기록을 넘어서는 기염을 뿜었다. 

제네시스의 첫 SUV GV80은 계약 첫날 1만5000여건의 계약이 성사됐으며 7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온 G80은 출시 첫날 2만2000대 계약을 달성했다. 이는 작년 연간 판매량과 같은 수준으로 올해 판매목표 3만3000대의 3분의 2에 달한다. 제네시스 GV70도 계약 첫날 1만대를 기록하며 1년 판매 목표치의 20%를 달성했다.

제네시스는 올해 11월까지 총 9만6084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2096대)보다 84.4% 증가했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같은 기간 6만7333대를 판매했다. 전년동기보다 3.4% 줄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까지 벤츠코리아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보였다. 판매대수는 2019년 5만6801대, 2018년 6만1345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벤츠코리아는 각각 7만8133대, 7만798대를 판매했다. 

제네시스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판매대수 1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10만대까지 남은 대수는 3916대로 지난달(9567대) 신적과 지난해 12월 실적(4705대)을 보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더 올 뉴 G80, 제네시스 GV70 스포츠팩, 제네시스 G70. /사진=미디어펜·제네시스 제공

기아차도 중형 SUV 쏘렌토 풀체인지 모델이 사전계약 첫날 1만8800건을 기록하며 기아차 최다 사전계약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후 출시된 신형 카니발 또한 쏘렌토의 기록을 갱신하는 첫날 사전 계약 대수(2만3006대)를 기록하며 국내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단시간·최다기록을 경신했다.

르노삼성도 완전한 신차 XM3를 출시하며 신차효과를 톡톡히 봤다. 르노삼성 XM3는 지난 3월 출시 이후 11월까지 9개월 만에 누적판매 3만2000대를 기록하며 치열한 국내 소형 SUV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XM3의 판매량은 르노삼성의 전체 판매량의 36.3%에 해당한다.

한국지엠도 완전신차 트레일블레이저로 내수시장에서의 새로운 시작과 수출물량의 활보로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쌍용차는 역대급 디자인과 편의사양으로 무장한 올 뉴 렉스턴을 등판시키며 대형SUV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초기 계약대수 5500대를 돌파하는 기록을 보였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이같은 실적은 신차효과와 함께 한 개소세 인하해택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개소세 인하 폭을 70%로 확대했으며 하반기에도 30%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기존 5%였던 개소세율이 상반기에는 1.5%, 하반기에는 3.5%로 하향 조정되며 실질적인 자동차 구매가가 하락해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정만기 KAMA회장은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가 적시에 대응해 위기를 잘 넘겼다"고 평가 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 비용이 줄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중교통을 꺼려하는 소비자들이 차량의 교체 수요에 합류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수요가 신차효과와 개소세 인해해택의 시너지가 발생하며 내수시장의 약진에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