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집단 변질…밥그릇 지키기보다 국가의 미래 먼저 생각해야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공적 연금제도는 19세기 후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독일에서 1889년 최초로 성립됐다. 독일 비스마르크는 노동계급을 국가에 직접 연계시켜 보험가입의 강제성, 보험제도의 집권적 통제와 운영, 국가 보조금 그리고 보편적 정액 보험 제도를 제안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연금제도를 비롯한 사회복지정책에서 국가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고, 이러한 논쟁에 전환점이 된 것은 1942년 영국 비버리지 보고서이다. 영국에서 펼쳐진 사회보험제도의 전면적 실시는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국가가 주도하는 연금제도의 양적, 질적 확대로 이어졌다.

공무원연금의 특성

공무원연금 제도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며, 가입여부가 개인에게 주어져 있지 않은 공적 보험이다. 공무원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가입이 결정되며 퇴직 또는 일정 연령에 도달 시 자격이 소멸되어 가입의 강제성을 띈다.

둘째, 실질 가치의 보장이다. 사적보험과 달리 공무원 연금은 차세대에게 보험료 인상, 정부 지원 등을 통하여 연금급여의 실질가치의 유지, 보장이 가능하다.

셋째, 구성원 간의 연대를 기본으로 하며, 세대 간의 상조를 기초로 운영된다. 현 공무원이 납후나 기여금은 퇴역세대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비용으로 사용된다. 본인이 지급받게 될 연금은 미래의 현역 세대가 부담하게 되는 세대 간 상조의 원리를 적용한다.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이다.

   
▲ 이근면(왼쪽 두번째) 인사혁신처장이 11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추진협의체 차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공무원들에게 공무원연금은 유보임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연금권에 의거하여 기여금에 대한 급여제공을 계약한 것이라면, 공무원들은 현재 임금에 대한 부족분을 연금급여로서 충당 받게 된다고 인지한 상태에서 공직생활을 수행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노동에 대한 반대급부를 빼앗아 가려는 조치를 의미한다. 공무원연금이 국민들에게는 일종의 기득권이라 여겨져도 그렇다. 결국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공무원들 스스로의 명분이 명확해진다. ‘절대 물러설 수 없다’라는 임전무퇴의 정신 말이다.

공무원에게 공무원연금 개혁이란

연금제도 도입이 공로의 다툼임에 반하여, 연금개혁은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잃을 것인가’의 문제로 변화하게 된다.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기존 근로계약이 훼손되는 것과 다름없기에 그 어떤 개혁이든 반대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 중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잃을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하여 극렬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을 보이콧하면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시간을 끌고 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1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공무원연금 관련 사회단체 참석자들과의 면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가, 정부, 국민에게 공무원연금이란

공무원의 입장과 달리 정부 및 국민에게 있어서 공무원연금개혁은 ‘공무원들에게 언제까지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쥐어줘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공무원연금의 재정을 감당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우리도 살기 힘든데 왜 안정적이고 나름 잘 지내는 공무원들에게 우리의 세금이 들어가야 하느냐’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공무원연금 구조 자체는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이다. 이로 인해 국민이 내는 세금은 공무원연금의 재원으로 자연스레 들어가게 된다. 공무원연금 운용에 있어서 정부와 국민은 부족한 돈을 대는 입장이다. 시민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공무원들의 노후가 보장되는 격이다.

공무원연금의 결과

공무원연금은 국가 재정 여건의 악화와 함께 제도적 특성으로 인한 추가적인 부담이 항상 존재해 왔다. 역사적으로 공무원연금은 일반 사적 연금제도에 비해서 관대한 수준으로 서비스가 제공됐다. 문제는 경제적 환경의 악화와 공무원연금의 기본적인 관대한 급여조건, 그리고 보수수준의 증가 등의 이유로 인하여 나라에서 부담하는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인 부분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 부문을 포함하여 국가예산의 다른 부문(국방, 안전, SOC, 보건, 교육, 복지, 연구기술개발 등)의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장기적으로 국가발전, 국민경제의 저해를 유발하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한국의 경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의 공무원연금제도는 1995년 1차 재정절약개혁 이후 2000년과 2009년 3차례에 걸쳐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개혁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3차례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재정건전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009년 공무원연금의 장기재정전망 지표를 살펴보면 공무원연금은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재정의 36.4%를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보전금은 GDP의 3.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될 경우 정부부담금은 더 높아지게 된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공무원연금 정부부담금은 다른 사회발전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게 되어, 국가발전 국민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한국납세자연맹 회원들이 '공무원연금개혁 촉구 납세자 한마당'을 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이유

공무원연금개혁 과정에서 노조의 역할은 특별하다. 한국에서의 높은 공무원 노조 가입률 및 강력한 내적 결속력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공동의 이해관계와 노조원 간의 강한 내적 결속력은 연금개혁이 온건하게 이루어지는데 기여한다. 역대 정권들이 공무원연금개혁을 득달같이 내세워도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공무원들에 있어서는 칼로 물 베기나 마찬가지인 격이다.

기업의 노조조직률은 10.1%이며 공무원을 제외한 민간부문의 노조가입률은 8.8%에 불과하다. 그런데 공무원 노조는 양상이 다르다. 한국 공공부문은 민간부문에 비해서 높은 노조가입율을 보여준다. 공무원 노조조직률은 일반 노조조직률의 5.5배에 이른다.

2010년을 기준으로 공공부문의 노조 가입률(공무원노조 조직률)은 56%이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2008년(72.1%)을 정점으로 하여 2009년에 53.1%로 급격히 감소하였다가, 2010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결국 공무원연금개혁 반대라는 큰 움직임에 있어서는, 개혁 반대에 관한 명분을 내세운 결집력 강한 노조와 이를 동조하는 거의 모든 공무원들의 이기심이 작동하고 있다. 국가공무를 수행하며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일개 이익집단으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물론 공무원들은 일반 국민들에 비하여 신분상 및 연금 급여상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 노사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업무 수행에 따른 보상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에 의해서 주어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공무원들의 근로조건과 임금은 입법 및 정치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공무원연금의 돈을 누가 내는가. 정부가 대고 있고, 이는 국민이 내는 격이다. 공무원들 스스로의 힘으로 굴러갈 수 없는 공무원연금이기에 국민이 돈을 내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무엇보다 국민의 선택이 중요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있어서 공무원은 ‘갑’이 아닌 ‘을’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