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세월호 비극 등 유난히 안전 사고가 많았던 2014년, 건설사들은 부실 시공 등으로 국민들의 원성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지난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 사고 이후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사회는 ‘안전’ 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풍토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과 세계 경제 불황 등의 여건 속에서도 건설업계는 해외에서만큼은 눈부신 성과를 이어갔다.

특히 시장다각화의 변화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는 등 해외 수주에서 지난해 실적을 상반기에 이미 넘어서는 등 그야말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미디어펜은 201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올해 건설업계 주요 뉴스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원가 절감, 편법 공정이 불러온 ‘비극’

새로운 한해를 알린지 두 달 만에 대학생활의 설렘을 안고 즐거운 마음으로 오리엔테이션(OT)을 떠난 학생들의 꿈이 사라졌다.

지난 2월17일 부산외대 예비대학생들은 입학 전 신입생 OT 참가를 위해 경주 마우나리조트를 찾았다.

   
▲ 2014년 대한민국의 한해는 사고와 재앙의 연속이었다. 사진은 지난 2월17일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야외 강당의 붕괴된 모습/사진=뉴시스

그러나 원가 절감을 위해 ‘샌드위치 패널’ 등을 사용해 부실하게 지어진 강당은 학생들이 이 곳을 찾기 전날 내린 엄청난 폭설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수 백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이에 지난 9일 국토교통부는 ‘건축물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해 당시 강당 설계에 적용된 사전제작 박판 강구조(PEB: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 같은 ‘특수구조 건축물’은 구조안전성 심의를 꼭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0월17일에는 경시 성남시 판교 테크노벨리 인근 야외공연장에서 인기 아이돌의 공연을 보기 위해 수백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일부 관람객들이 환풍구에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뒤 일각에서는 환풍구에 올라가 떨어진 희생자들에 대한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환풍구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부실공사를 했다는 발표가 이어지자 관계자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환풍구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매뉴얼 부족과 함께 허술한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건설경기 불황에도 해외 실적 ‘쑥쑥’…전통의 효자 산업 

안으로는 내홍을 겪은 건설업계는 그러나 해외에서의 실적은 눈부셨던 2014년이다. 국토부는 올해 건설업계 수주액을 지난 2010년(716억달러)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인 700억 달러를 목표로 설정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수주 700억 달러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다각화를 통한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실적이 700억 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66년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해외 수주에 성공한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약 98km) 고속도로 공사 현장./사진=뉴시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특히 건설사들의 3분기 실적인 107억 달러 중 절반에 가까운 50억 달러 규모의 수주가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이뤄졌다.

그동안 해외 건설의 텃밭인 중동의 그늘에서 벗어나 국내 기업들이 신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이는 지난해 7억 달러 규모에 비하면 약 7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과 엔지니어링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베네수엘라 뿌에르또 라크루즈 정유공장 고도화 설비사업(약 43억 달러)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칠레 BHP 복합화력 프로젝트(약 4억 달러) 등은 중남미 지역 대표적인 수주계약 사례로 기록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나이지리아 에보니 가스화력발전소(포스코건설, 약 11억4000만 달러) 수주 사업 △보츠와나 카중쿨라 교량 건설공사(대우건설, 1억6000만 달러) △적도기니 몽고멘 국제공항청사(쌍용건설 1억9000만 달러) △영국 SABIC 에탄 저장설비 프로젝트(삼성물산, 2억1000만 달러) 등의 사업도 신시장 개척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건설명가’ 자존심 회복할까?

올해 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7만9341.80㎡) 매각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라는 업계 1,2위를 다투는 양사의 자존심 싸움이 걸린 한 판 이었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현대가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한전본사 부지 시공사로 가장 유력하게 점쳐진 현대건설은 5년동안 1위 자리를 내준 삼성물산을 끌어내릴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대건설의 1위 탈환이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물산 역시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 고덕산업단지 개발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95만㎡ 규모의 고덕산업단지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