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트레이 위원장 성명서 통해 "수만 명의 접종 일정 바꾸는 건 불공정해"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회차 접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백신의 접종 간격을 기존 4주에서 12주로 연장키로 한 데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2회차 접종이 늦어지면 백신 효능이 떨어질 수 있고 의료 체계에 대한 접종 대상자들의 신뢰를 저버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영국의학협회(BMA)는 전날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이런 조처를 비판했다.

코로나19 백신은 통상 1회차 접종을 하고 3∼4주 뒤 효능을 더 높이기 위해 2회차 접종(booster shot)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1회차와 2회차 접종 사이의 간격을 12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회차 접종을 지연시키는 대신 최대한 많은 사람이 1회차 접종을 받게 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접종 일정을 이처럼 갑작스럽게 바꾸는 건 곧 2회차 접종을 앞둔 이들에게 부당한 조처라고 BMA는 비판했다.

BMA의 리처드 바우트레이 지역보건의위원장은 성명에서 "(현재까지 접종받은) 노령 환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시 사망 위험이 가장 큰 집단"이라면서 "이제 와서 이들 수만 명의 접종 일정을 바꾸는 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접종 일정을 지연시키면 취약계층 환자들의 정서 상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우트레이 위원장은 "다음 주 일정 전체를 바꾸라는 지침을 전날에야 전달받았다"라면서 "임상 의료진들이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이런 일을 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국에서 접종이 진행 중인 백신을 만든 제약업체 화이자는 성명을 통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임상 3상은 21일 간격으로 투여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됐었다"라면서 "1회차 접종 후 21일이 넘어가도 바이러스 방어가 유지될 것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 보건 당국자들은 기대되는 위험과 이익을 따져봤을 때 접종 간격을 늘리는 게 최선이라며 정부 조처를 옹호했다.

최고 의료책임자들은 의료종사자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단기적으론 2회차 접종에 따른 백신 효능 증가가 그다지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방어의 대부분은 1차 접종 이후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짧은 기간에 일정을 수정하는 일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2회차 접종을 받는 이가 1천 명 늘어난다는 건 곧 다른 1천 명이 초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영국 규제 당국은 월요일인 오는 4일부터 접종을 시작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도 접종 기간을 기존 4주에서 12주로 늘릴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최근 공개한 백신 접종 지침에서 2회차에서 1회차와 다른 백신을 투여해도 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해당 지침에서 "2회차 접종 시기에 1회차 접종 백신을 얻을 수 없거나, 1회차 때 투여한 백신의 제조사를 알 수 없다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지침에는 "이 방안은 대상자가 즉각적인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앞으로 다시 의료진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클 때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돼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백신을 혼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과학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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