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바른사회시민회의 '통진당 해산 이후' 주제로 토론회 연이어 개최
   
▲ 통합진보당에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선고가 열린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판결문을 읽고 있다. /사진=뉴시스

8:1.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두 숫자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선고하면서 나온 스코어다. 해산청구 인용 8명 대 기각 1명. 1948년 건국 이래의 대한민국 역사에 또 하나 의미 있는 획이 그어진 순간이었다.

19일 이전을 반추해보면 이날의 선고는 더욱 극적인 색채를 띤다. 9명 중 7명이 ‘해산’으로 의견을 정했으나 재판관 1~2명이 흔들리고 있다는 전언부터 ‘통진당의 위헌성을 인정하나 해산은 하지 않는다’는 기회주의적 판결이 나올 거라는 예측까지 다양한 ‘설’들이 나돌았다.

누구도 8:1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판결 이후 기존의 찬반양론이 ‘환호’와 ‘탄식’으로 극명하게 양분된 이유다. 일각에서는 12월19일을 ‘보수 우파들의 명절로 지정해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온 가운데 주말이 지나갔다.

22일 월요일은 절기상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冬至)였다. 그리고 이날 이른 아침부터 우파들의 ‘세 굳히기’는 시작됐다. 재단법인 자유경제원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오전과 오후에 각각 통진당 해산 이후의 길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한 것.

밤의 길이가 가장 긴 하루 동안 어둠의 깊이가 가장 깊은 세계에 대한 담론이 온종일 오갔다. 이날의 논의 안에 ‘통진당 해산 이후의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액션 플랜이 담겨 있다. 두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짚어본다.

통진당 해산의 의미 “소수 탄압 결코 아냐”

양 기관의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 자유경제원 긴급토론회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통해 본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인’
사회자: 현진권 원장(자유경제원)
토론자: 김상겸 교수(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김영호 교수(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성현 공동위원장(통진당해산국민운동본부), 차기환 변호사

-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 ‘통진당 해산,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사회자: 유호열 교수(고려대학교 북한학과)
토론자: 김상겸 교수(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배진영 기자(월간조선 차장), 지성우 교수(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기홍 대표(북한민주화네트워크)

도입은 우선 통진당 해산의 ‘의미’를 짚는 것에서부터였다. “7:2 정도를 예상했는데 놀랐다”고 소회를 밝힌 김상겸 교수는 헌재 결정의 의미를 “해산 이외의 대안은 없다고 봤을 정도로 통진당의 위험성이 구체적이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석기 RO사건이 일련의 국면에 중요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에드먼드 버크를 인용하며 발제한 박성현 공동위원장은 “섬진강에서 두만강까지 이어지는 자유로운(독립적인) 개인의 공동체를 물려주고 싶은 의도를 법률적 국면에서 열어준 사건이 바로 이번 판결”이라고 해석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루소 식으로 구현된 사회계약설이 결코 ‘살아있는 사람들끼리의 약속’만은 아님을 강조한 그는 “지금 세대의 잘못된 선택으로 기각될 수 없는 통세대적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야 함을 보여준 것”으로 이번 판결의 의미를 해석했다.

김영호 교수의 분석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번 헌재의 판결을 “자유민주주의 체제 타락(regime corruption)의 심각성에 대한 헌재의 경고”로 해석했다. 즉 통진당의 의회 진출이 내포하는 위험성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 맡겨도 될 수준을 초과했음을 헌재가 인정했다”는 것이다.

차기환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있어 헌법재판소가 “과거와 달리 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체적 핵심 원리로 국민주권의 원리를 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차 변호사는 “이제 민중주의, 삼민주의 등 변형된 인민민주주의 혁명론이 계급적 이념을 내세우는 것을 억지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선거로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인정하는 사회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정당은 허용한다는 것이 헌재의 기본 방침”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해산 선고 이후 헌법재판소에 ‘소수를 탄압하고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배진영 기자도 우려를 표명했다. “헌재가 좌파정당들을 무조건 위헌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그는 녹색당‧노동당 등 소수정당이 여전히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음을 반례로 들었다.

통진당은 그들에 비해 훨씬 큰 정당인데다 상대적으로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은 정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진당이 해산된 것에 대해 배진영 기자는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다. 반(反) 헌법적인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발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현황 분석에 대한 담론이 오간 뒤의 논의는 자연히 ‘무엇을 할 것인가’로 넘어갔다. 통진당 추종세력이 격렬한 반격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순발력 있는 대응을 하지 못하면 모처럼 찾아온 적기(適期)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통진당 세력이 ‘통진당 강제해산 저지 민주수호 투쟁본부’로 간판을 바꿔단 것에 주목했다. 또한 그는 향후 재야세력 중 반미자주단체 및 원탁회의 등과 연대해 정치투쟁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일련의 ‘반격’에 대해서는 헌재가 인정한 헌법적 가치 안에서 여세를 몰아 공세를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점했다. 대표적인 목표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적단체 해산법’의 조속한 제정이다. 현행법으로는 이적단체로 판시된 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처벌할 수 있지만 그 이적단체 자체를 해산할 수는 없다.

차기환 변호사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이번 판결을 모순 종식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하게 보호 받는 집단인 정당조차 해산된 마당에 이적단체 해산법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관련법의 제정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지성우 교수는 통진당 소속 37인의 기초‧광역의원에 대한 처분에 주목했다. 지 교수는 이들에 대해서 “명확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데다 헌재가 별다른 결정을 하지 않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안에 반역정당이 생기지 못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미리 법적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구에서 선출된 의원들의 경우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 재출마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상황에도 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주문은 통합진보당과 2012년 총선에서 연대한 적력이 있는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에 집중됐다. 통진당 해산 선고 이후 야당의 움직임에 대해 ‘애매모호’하다고 표현한 김영호 교수는 “한국 진보가 종북과 단절하고 그들과 연대했던 사실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함과 동시에 통진당 잔존세력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0억 원이 넘는 정당보조금이 혈세로 지원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당 운영비는 스스로 조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하게 보호받는 집단 중 하나다. 해산심판 청구는 오로지 정부만이 할 수 있고, 선고는 오로지 헌법재판소만이 할 수 있으며, 단순 과반수가 아닌 헌법재판관 6/9이 동의해야만 해산이 실현된다. 이 복잡한 저간의 사정 때문에 통합진보당 하나를 해산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409일의 시간과 18차례의 공개변론과 17만 쪽 이상의 관련 자료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통진당이 해산되는 역사적 판결 앞에 서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러나 여전히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지 모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동짓날 모인 자유의 동지(同志)들은 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업적의 하나로 기록될 이번 사건의 의미를 희석시키지 않기 위한 작업에 재빨리 돌입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담론이 다시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