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대손비용 증가‧부실대출 위험성 경고
규제비용‧초저금리‧디지털경쟁도 당면과제로 부상
   
▲ 시중은행 점포창구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은행이 신용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출자산 중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늘려 차주(대출신청자)들이 빚을 자발적으로 상환(디레버리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권이 기업들의 신용위험평가를 연기하면서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진 데다, 대부분의 대출이 이자만 갚다가 만기가 도래할 때 원금을 한번에 갚도록 설계돼 있어 상환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금융연구원은 ‘2021년 은행산업 전망과 경영과제’를 펴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국내 은행은 우수한 자산건전성‧자본적정성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수익성 부진에 시달렸다. 

우선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이 역대 최저치인 1.40%까지 추락하면서, 지난해 1~9월 금융권의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실시하면서 대출규모는 커졌지만, 대손(회수할 수 없는 돈)비용 증가와 금리인하로 큰 수확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9월 대손비용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42.9% 폭증했다. 약 2조1000억원 증가한 셈이다. 수익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손비용이 폭증하자 이 기간 순이익은 17.5%(1조8000억원) 감소했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0.83%포인트 하락한 6.27%에 그쳤다.

문제는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이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국내 은행이 풍부한 유동성, 강화된 정책금융, 정기 기업 신용위험평가 연기 등으로 대손비용이 증가할 위험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은행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지난해 12월 마무리하면서 신용등급 ‘C‧D' 등의 잠재적 부실기업을 제때 관리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면서 주채권은행이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신용위험 평가를 하반기에 하도록 지시했다. 

통상적으로 주채권은행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대출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한 위험평가를 6월말, 미만인 기업은 10월말까지 마무리해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은행들이 지난해 기업들의 신용위험을 파악하지 못한 채 대출을 지원했던 점에서 부실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한국금융연구원 로고/사진=한국금융연구원 제공


금융연구원은 올해 대출만기 자동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모두 종료되는 만큼, 대출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120조원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공실률 상승으로 부실 위험에 놓여 있고, 소상공인 대출도 부실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가한 소상공인 중 22.2%가 이미 자신의 사업을 폐업에 가깝다고 응답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은행들이 신용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출규모를 줄이고, 대출자산을 특정 산업이나 고객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는 대출자산 중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잔액기준 주택담보대출의 약 40%는 여전히 만기 일시상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신용대출은 주로 만기가 도래할 때 원금을 한번에 상환한다. 

대출기간에는 이자만 내다보니 대출하는 가계와 기업이 대출 불감증과 과다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해석이다. 금융연구원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의 분할상환 비중을 확대해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빚을 갚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금융연구원은 올해 국내 은행이 △금융소비자 보호 등 규제관련 비용 증가 △초저금리 지속 △디지털채널 경쟁 본격화 등에 놓여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초저금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