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세금은 화수분 아냐…주인노릇보다 공복의식 필요한 때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 우리 속담이 있다. 오늘날 세계 곳곳서 디폴트되는 지자체들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나라들을 보면 우리 속담이 틀린 것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까운 시일 내에 국가부채로 인해 두 손을 들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초고령화 사회와 생산연령층의 축소로 공무원연금 및 국민연금을 지탱할 수 있는 미래세대의 숫자가 절대 부족할 것이란 것은 이미 예고된 기정사실이다.

공적연금제도의 출발은 모두에게 희망봉처럼 느껴졌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무원연금을 개혁 중이다.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의 파국으로 인해 국가부채를 감당 못한 나라는 한두 곳이 아니다.

적자나 도산은 자본주의 세계의 브레이크이다.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듯이, 자본주의도 적자나 도산이라는 브레이크 장치가 있으므로 해서 막대한 이윤과 고도성장, 장기 번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는 예외다. 국가의 적자, 도산은 국민 모두에게 크나 큰 비용과 상처를 남긴다.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은 당연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 대전·세종지역 공무원 노동조합이 공적연금강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12월 13일 오후 대전 서대전공원에서 열려 조합원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공무원연금개혁을 개악이라고 부르짖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의 공무원연금제도는 1995년 1차 개혁 이후 2000년과 2009년 3차례에 걸쳐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개혁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잇따라 벌어진 3차례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재정건전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2009년 공무원연금의 장기재정전망 지표를 살펴보면 공무원연금은 장기적으로 연금재정의 36.4%를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1960년 공무원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33년 후인 1993년 공무원연금 재정 수지에 적자가 발생했다. 2년 뒤인 1995년부터는 연금기금마저 잠식되기 시작했다. 1982년 3742명이었던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2009년 29만3096명으로 28년 동안 78.5배 늘었다. 반면에 1982년 66만7554명이었던 현직공무원은 2009년 104만7897명으로 1.6배 증가했다.

공무원연금 제도 도입 당시인 1960년 한국의 평균수명은 52세였다. 2009년에는 79세로 27세가 늘었다. 1990년대만 해도 50% 대에 머물던 연금선택률 또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90%대로 대폭 증가했다. 연금선택률은 재직기간 20년 이상 퇴직인원 중 연금선택인원의 비중을 말한다.

현재는 후배 공무원이 납부하는 기여금으로 선배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연금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로부터 보전을 받고 있는데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보전금의 규모는 5조 8000억 원이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36조 원의 정부보전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을 위한 정부보전금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공무원연금은 미래세대, 근로세대가 퇴직세대를 떠받치는 구조인 피라미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가가 누군가에게 특별한 이익을 주는 행위는 반드시 사회 전체에 그보다 더 큰 손해를 끼치게 마련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무원연금은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드는 일이다.

   
▲ 12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인사혁신처와의 공직사회 활력제고 관련 간담회에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오늘날 부를 가져온 핵심 주체는 현실세계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자그마한 가게를 운영해서 수익을 내는 자영업자, 기업을 운영해서 사업을 확장하는 사업가, 기업에 취업해서 열심히 생산현장에 복무하는 근로자, 각자 자기의 끼와 재능을 발휘하여 시장에서 인정받고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며 CF기업의 상품 판매를 더욱 증대시키는 스타 배우들이 살아간다.

이들 모두 세금을 납부한다. 강제로 말이다. 이는 정부를 굴러가게 하고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며 사회 구석구석 국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이 나라에 부를 가져다주었는지. 당신의 월급은 취업시장에서 정해진 바 없고, 하루하루 변해가는 시장 가격에 따라 일희일비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사회는 변했고 구성원들의 면면 은 급변해 왔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마인드는 ‘글쎄올시다’이다. 공무원들은 국민의 공복(public servant)이어야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나라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공적 주인(public master)인지도 모른다.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개혁이 개악이라고 부르짖는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이야말로 세상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악이나 다름없다. 재정 파국이 예정되어 있는 ‘악’ 말이다.

세상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드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의 공무원연금개혁에 반발하는 공무원들에게 일러주고 싶다. 삶이란 것은 주고받는 것이다. 주는 것 없이 받을 생각만 하면 안 된다. 인간이 의무보다 권리를 더 많이 이야기할 때 국가는 자신의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공무원연금개혁에 결사반대하는 공무원들은 본인들의 권리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