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창, 금호산업 사장으로 자리 옮겨…'왕위 계승' 완료
검찰, 금호그룹 부당 내부거래 수사 중…박 사장 향할 수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금호아시아나그룹이 연말연시 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돌입했다. 박삼구 전 회장의 아들 박세창 사장이 금호산업에 입성한 가운데 오너 일가 관련 검찰 수사가 향후 경영 정상화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창수 전 아시아나항공 사장./사진=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한 사장 임기는 2022년 9월까지로 2년 남짓한 기간이 남아있었다는 게 항공업계 전언이다. 그럼에도 한 사장은 조기 퇴진에 대한 용단을 내렸다.

1986년 금호그룹에 입사한 그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대한항공과의 M&A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이후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사령탑에서 내려오자 후임자로 정성권 전무가 낙점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정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그는 1988년 8월 입사해 △재무 △기획 △영업 △인사·노무 등 다방면에서 업무를 익혀온 항공 경영전문가다.

에어부산 신임 대표이사에는 안병석 아시아나항공 경영관리본부장이, 아시아나에어포트에는 남기형 아시아나항공 상무(전무 승진)가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에어서울에는 조진만 상무가, 아시아나IDT에 서근식 상무(전무 승진)가 각각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와 같이 곧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게 될 항공 계열사 인사는 모두 주채권자인 한국산업은행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산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에 연말 인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산은 관계자는 "당행과 아시아나항공이 협의해 인선했다"고 말했다.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12월 9일 경영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온 전략경영실을 전격 폐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창수 사장의 퇴진은 단순 경영인 1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과 시작을 같이한 전략경영실을 전격 폐지했다. 이에 맞춰 박삼구 전 회장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금호고속 등기임원으로 △김현철 대표이사 △이덕연 금호익스프레스 대표이사 △양동수 금호고속 상무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박홍석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부사장은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왔다.

   
▲ 박세창 금호산업 사장./사진=연합뉴스

박 사장 본인은 예측대로 금호산업 사장직에 올랐다. 리더십 공백 장기화에 따른 조직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을 것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조직 개편이 완전히 끝나고 나면 박 사장은 금호산업(금호건설)·금호익스프레스·금호고속·금호터미널 등을 지배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빠져 다소 규모는 축소됐으나 '왕위 계승'은 사실상 끝나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박 사장에게도 현재 상당한 위협점이 존재한다.

현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고위 간부가 송모 전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을 매수해 수년간 부당 내부거래 증거를 삭제한 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송 씨와 윤모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상무를 구속한 상태다. 두 사람 모두 증거인멸 혐의를 사고 있고 각각 뇌물수수·뇌물공여 혐의도 있어서다.

검찰은 이번에 드러난 공정위 직원 매수 사건이 윤 씨 개인 비리로 그칠 일인지를 따져보고 있다. 또한 그룹 재건 과정 시기와 중첩되는 만큼 검찰의 칼끝은 총수 일가인 박 사장에게도 향할 수 있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경쟁당국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루프트한자항공 계열사에서 스위스 게이트로 넘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금호고속은 게이트그룹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넘기고 160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로써 금호고속이 162억원 수준의 이익을 봤다는 게 당국 전언이다.

이로써 당국은 지난해 8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력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등을 통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금호홀딩스)에 부당지원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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