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지속 자금시장 롤러코스터, 장기적 측면 원화 강세 요인 작용 가능성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지난 1998년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상황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에는 긍정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지난 6월 이후 40% 이상 폭락하는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중구 광희동 러시아 거리의 한 매장에서 직원이 루블화를 골라내고 있다./뉴시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하락과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방어하고자 정책금리를 10.5%에서 17%로, 6.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루블화는 크림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최근 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2012년 말 이후 무려 42.5%나 절하됐다. 또 루블화의 절하로 수입물가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러시아의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9.1% 상승했다.

이러한 러시아 정부의 환율 방어에도 루블화 가치는 10% 넘게 급락세를 보여 금융위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1998년처럼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으로까지 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모라토리엄이란 국가가 해외로부터 차입한 자금에 대해 일시적으로 상환을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채무에 대한 상환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디폴트와 구분되나 이를 선언할 경우,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경우, 국내 경제는 직접적으로는 러시아에 대한 채권 및 수출대금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데다 러시아 수출물량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투자심리 위축으로 국내 증시 및 외환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러시아발 악재로 신흥국의 금융시장은 화폐가치가 폭락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이미 터키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2.41리라로 최저치를 나타냈고, 브라질 헤알화도 9년 9개월 만에 달러당 2.73헤알을 돌파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도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며 신흥국 금융시장 곳곳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위험 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탈 이머징(신흥국 탈출)'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극심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다른 신흥국의 금융시장과는 달리 국내는 내년에 무역수지 흑자 영향에 따라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환율이 상승하면서 신흥국 불안에 대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다소 제한적이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미치는 별다른 영향은 없다는 것.

윤여삼 KDB대우증권 팀장은 "원화 약세가 심화되기도 했지만, 최근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이라든지 여러가지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가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는 부분들이 반응이 되면 다른 대외 통화폭이 더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율민감도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더 이탈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제한 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은정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내년에 원화는 조금 상승할 것으로 보고있다"며 "무역이 흑자이기 때문에 다른 신흥국에 비하면 국내 시장은 양호한 편이다. 또 예를 들어 원화가 절하일지라도 다른 외부적인 긍정요인이 있으면 외국인 투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오히려 장기적인 입장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플러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러시아 악재 등에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신흥국 시장의 주류를 쫓아갈 것이다. 다른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원화가치도 떨어질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김 수석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증시에 긍정적일 수 있는 부분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경상수지만 해도 흑자규모가 내년에는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고 이로 인해 원화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즉, 유가하락 기간 동안 러시아의 불황을 생각하면 부정적 영향을 입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또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