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 통상·협력 협정, 지난 1일부 효력…무관세·무쿼터 원칙 계속 적용
영국, EU법 적용 대상국·EU 사법 재판소 관할서 빠져
한영 FTA 체결해둬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특혜 무역 가능
대영 수출품, 역외통관절차 거쳐 통관절차상 직접적 변화 없어
영국 세관, EU 수입품 통관업무 증가 따라 간접 영향 불가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오랜 협상을 거쳐 EU에서 영국이 탈퇴한 만큼 국내 수출 기업들이 일정 부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시나리오 별 EU-영국 교역 시 적용 관세율./사진=한국무역협회 제공


7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EU와 영국은 이행기간(Transition Period)에 돌입하자마자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양측은 최종적으로 'EU-영국 통상·협력 협정'에 합의했고 지난 1일부로 임시 효력을 갖게됐다. 이른바 '브렉시트'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해당 협정의 주요 쟁점은 △상품교역 △어업권 △공정경쟁 △분쟁해결 등 크게 4가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협정이 타결됨에 따라 이행기간이 끝나더라도 EU-영국 간 상품교역이 이뤄질 경우 무관세·무쿼터 원칙이 계속 적용된다.

공정경쟁과 관련, 양측은 무역이나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전체 노동·환경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가져왔다고 판단되는 기준에 대해서는 변경 등 구제조치가 가능토록 뜻을 모았다.

분쟁해결에 대해서는 영국은 EU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EU 사법 재판소 관할에서 빠지게 됐다.

EU 역내에서 생산해 영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영-EU 협정 상 원산지 규정을 충족해야 무관세 적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원산지 규정을 꼼꼼히 검토하여 필요시 EU 역외에서 조달하는 부분품을 EU 역내산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기존에는 한-EU FTA나 일-EU EPA처럼 역외산부품 최대비율(MaxNOM)·부가가치(RVC) 기준을 적용했을 경우 역내산 인정에 어려움이 예상됐다. 그러나 기계(HS84)·전자기기(HS85) 등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생산 비중이 높은 품목의 경우 대부분 세번변경 만으로도 원산지 인정이 가능해졌다.

삼성SDI·CATL 등 한국·중국산 배터리 부품 비중이 30~50% 가량 차지하는 전기·하이브리드차는 EU 역내 배터리 생산기반 조성기간을 고려해 2026년까지 역외산 부품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키로 했다.

   
▲ 브렉시트./사진=미디어펜


이행기간이 끝나면 영국은 한-EU FTA의 당사국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2019년 8월 한-영 양국 간 FTA에 정식으로 도장이 찍히며 특혜 무역관계는 계속 유지된다. 이에 따라 영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24억유로 상당 품목(2019년 기준)은 계속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한편 영국과 EU로 수출할 때 적용되는 FTA가 각각 다른 만큼 수입자의 인증수출자 소재국을 확인하고 특히 한-영 FTA 상의 원산지 누적·직접운송 요건 완화사항을 체크해야 하는 소요가 생긴다.

아직 EU와 영국 간 미래관계 협상은 합의되지 않았다. 이행기간 종료 직후 영-EU 간 역외통관절차가 부활하는 만큼, 이에 따른 통관 지연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국은 2019년 기준 전체 수입 규모 6160억유로 중 3022억유로(49.1%)를 차지하는 EU 수입품이 역외통관으로 전환되는 탓에 올해부터 당분간 통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의 대(對)영국 수출품은 이미 역외통관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통관절차상 직접적인 변화는 없다. 그러나 영국 세관의 EU 수입품 통관업무 증가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무역업계 관측이다.

이행기간 종료 후 EU-영국 간에는 각각 별개의 법률과 규제가 적용된다. 인증의 경우 인증기관 소재국에 따라 효력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 EU는 영국 공인기관의 적합성 평가를 받은 CE인증의 효력을 이행기간 종료 후부터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은 CE인증을 대체하는 독자적인 인증인 UKCA를 발표했으나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EU 공인기관의 적합성 평가를 받은 CE인증의 효력도 인정할 방침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해외규격인증획득사업에 영국 등록·인증(UKCA 등)과 CE 인증기관 전환(영국 기관→EU 기관)도 지원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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