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 주주가치·경쟁력 상승의 기회라고 여겨 찬성
의도치 않게 글로벌 메가 캐리어 탄생 방해로 해석될 여지도
항공업계, 숨 넘어가기 직전…빠른 M&A가 추가 혈세 투입 막아
근로자 고용 유지 현 정권 고용노동 정책 기조와도 충돌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적 대형 항공사 통합에 국민연금공단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대한항공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반대했지만 당랑거철로 끝났다.

   
▲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대한항공 지분 8.11%를 보유해 제2대주주인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5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라 주주가치 훼손을 불러올 수 있다며 임시 주총이 열리는 것 자체에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이와 같은 반대에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 차원의 주식 총수 확장 안건을 안건으로 올렸고 출석 주식 총수 기준 69.98%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에 성공했다.

우리사주조합(6.39%)·크레딧스위스(3.75%) 등 소액주주들이 전격 호응해 가능했다는 게 항공업계 전언이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주주들이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준 것은 지금이 다시는 오지 않을, 국내 항공산업 재편을 통한 주주가치·경쟁력 상승의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은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 등을 거쳐 나온 범정부적 국내 항공산업 회생 정책이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은 국민연금의 몽니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눈치다. 국민연금이 정책 기조에 반기를 든 꼴이기 때문에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는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가치 훼손을 언급한 국민연금은 이렇다 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통합 법인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 독과점 우려까지 일 정도라면 오히려 주주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은가?

이런 연유로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정권 교체시 차기 정부에서의 감사와 민·형사상 소송에서 항변할 명분을 쌓기 위해 일찍부터 면피성 반대 의사를 내보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판이다. 사실상 보신주의와 다름 없는 셈이다.

대한항공에 대한 지분율이 낮아 정관 변경 반대의 의미가 무색해지기는 했지만 의도가 어떻든 국민연금이 이와 같이 어깃장을 두는 것은 글로벌 메가 캐리어 탄생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으로 연결될 여지가 크다.

글로벌 항공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표방한다. 때문에 수없이 많은 항공사들이 M&A를 거듭하고 있다. 전세계 항공업계에서 가장 탄탄하다는 미국의 현존 4대 항공사들은 M&A의 산물이다. 유럽에서도 에어 프랑스-KLM 등이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 항공사로 거듭날 경우 세계 7위 규모의 항공사로 우뚝 설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통합 대한항공의 탄생을 바라고 있다.

국민연금의 비토권 행사는 현 정권의 고용노동 정책 기조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문재인 정권은 해고 없는 고용 유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건 조종사·객실 승무원·지상조업사 등 관련 근로자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엄동설한에 바깥으로 내쫒겠다는 뜻과 다름 없다.

무엇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이 길어질 경우 경영난에 처한 두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수 있고 혈세를 계속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된다.

시장경제체제는 어디까지나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를 전제로 하는데 현재 항공업계는 이를 기다리기에는 당장 숨 넘어갈 판이다. 지금이라도 M&A를 이뤄내야 산업은행이 피 같은 구제금융을 더 쓰는 일이 없어진다.

더 나아가 두 항공사가 무너질 경우 항공주권도 동시에 상실해 황금 노선들을 포기해야 하는 대참사가 생겨날 여지도 크다. 분초를 다투는 이런 와중에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어야 했나. 3월 한진칼·대한항공 정기 주총에서의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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