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국가면제 적용 어렵고 일본에 대한 재판권 행사할 수 있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정식재판에 회부된 지 5년 만에 '승소' 결론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할머니들은 "일제강점기에 폭력을 사용하거나 속이는 방식으로 위안부로 차출한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라"고 주장해왔다.

   
▲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8일 할머니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1심 승소하자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국가면제는 적용되지 않고 증거와 각종자료, 변론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불법행위도 인정된다"며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걸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위자료는 원고들이 청구한 각 1억원 이상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한다.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관심을 모은 국제관습법 '국가주권면제'에 관해 "이 건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하기 어렵고 일본정부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일본정부가 직접 주장하진 않았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보면 이 사건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려워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할머니들은 지난 2013년 8월 일본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조정을 신청했지만 일본정부가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아 사건은 2015년 12월 정식재판으로 넘어갔다.
 
일본정부는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은 것에 이어 끝까지 소송에 대응하지 않았다. 한 국가는 다른 국가 재판권에 따라 법적 책임이 강제될 수 없다는 '국가주권면제'를 들어 재판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1심 선고가 난 후 할머니들 측 법률대리인은 기자들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간 당했던 피해와 관련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감개가 무량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할머니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1심 승소하자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의 입장과 배치되는 판단이 나왔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