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곤충의 탈피' 같다고 했다. 껍질을 깨고, 허물을 벗듯 오롯이 '나'로서 대중 앞에 서겠다 했다. 아직은 설익은 스무 살, 이젠 이름이 가진 무게를 벗어 던질 때다. 

고(故) 배우 최진실의 아들 최환희가 연예인의 길을 택했다. 예명은 지플랫(Z.flat). 배우 아닌 래퍼다. "모두의 예상을 깬 행보"란 말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 사진=로스차일드 제공


최근 서울 마포구 로스차일드 사옥에서 미디어펜과 만난 지플랫은 "래퍼로 데뷔한다고 하자 주변 반응이 다 똑같았다. '네가 음악을 한다고?' 라더라. 음악을 할 거란 뜻을 전한 적 없어서 그랬을 거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많이 놀라셨어요. 연기로 대학을 가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음악을 하겠다질 않나, 대학도 안 가겠다고 하질 않나.(웃음) 하지만 제가 꾸준히 음악을 하면서 결과물을 가져가니까 믿고 응원해주셨어요. 동생이요? '거짓말 하지마라'던데요. 그래도 지금은 응원해주고 있어요." 

지플랫이 랩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년 전쯤이다. 연기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시기, 우연히 오른 무대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지플랫은 "힙합 동아리 회장이던 친구의 제안으로 무대에 섰는데 관객들의 떼창에 '이 맛에 무대를 하는구나' 싶었다. 관객들이 내 노래를 함께 불러주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음악에 매료됐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홀로 음악을 공부했다. 힙합에 푹 빠져 많이 듣고, 많이 불렀다. 가사도 쓰고, 홈레코딩 장비를 사 녹음도 했다. 그러다 전 YG 프로듀서 출신이자 현 소속사 로스차일드의 대표 로빈을 만났다. 

"'내가 하고 있는 음악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문가의 피드백이 받고 싶었죠. 지인을 통해 대표님을 만났지만 '나를 키워주세요' 하는 자리는 아니었어요. 다행히 대표님이 제 습작곡을 마음에 들어하셨고, 수업처럼 계속 음악적 교류를 하다 데뷔까지 이어지게 됐어요." 

긴 시간 끝에 탄생한 데뷔곡 '디자이너(Designer)'. 트렌디하면서 밝은 멜로디 라인에 지플랫의 무게감 있는 중저음 래핑과 그룹 디유닛 출신 보컬 혼담의 산뜻한 음색이 조화를 이룬 곡이다. 지플랫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을 데뷔곡으로 내세우며, 데뷔와 동시에 프로듀싱 가능한 아티스트임을 증명했다. 

스무 살다운 솔직 담백한 반응도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그는 데뷔곡을 두고 "완전히 마음에 들진 않는다. 성에 안 찬다"고 했다. "감성 짙은 음악에 자신있다. 그런 곡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병아리 뮤지션의 각오도 드러냈다. 

   
▲ 혼담(왼쪽)과 지플랫. /사진=로스차일드 제공

예명 지플랫에 얽힌 이야기에서도 그랬다. "예명이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그는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보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대표님이 지으신 이름이에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적응하고 있어요. 지난 2년간 '하이엘로'란 예명을 썼는데, 대표님이 더 좋은 예명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염따, 창모처럼 예명은 팍팍 튀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이에요.(웃음) 지플랫이란 이름이 나왔을 때 '뭐 괜찮은 것 같네요'라고 했더니, 결국 회사 만장일치로 결정 됐어요."  

지플랫은 '세상에 없는 음악'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A~Z까지만 존재하는 음악 코드에 반음 내려갈 때를 의미하는 '플랫'을 더해 음악에 존재하지 않는 코드를 표현했다. 그는 이 이름처럼 자신만의 음악으로 2021년을 채워나갈 계획이다. 

지플랫은 "'디자이너'가 나온 이후로 음악을 바로바로 내고 싶어서 손이 떨린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올해 4월쯤 앨범을 내고 싶다. 한 10곡 정도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이 준비돼 있다"면서 "올해는 코로나19가 끝나면 힙합 페스티벌에도 꼭 서고 싶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데뷔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준비했고, 차곡차곡 쌓인 열정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들려주고픈 곡도, 보여주고픈 무대도 넘쳐 흐른다. "내 음악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 때문이다.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제 음악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저 역시 힘들고, 기쁠 때 음악으로 위로 받을 때가 많았거든요. 제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해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뮤지션이 될게요.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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