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정치국 후보위원·당 부장 명단 모두서 빠져
대남비서 없애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임명 추정
'외교' 최선희 강등·김성남 부장…오일정 고속 승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됐다. 김 위원장의 직함은 집권 초기 제1비서에서 2016년 당 위원장이었다가 이번에 총비서로 바뀌면서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책을 이어받았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11일 보도한 전날 진행된 8차 당대회 중앙지도기관 선거 결과를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비서국 체제를 부활시켰다. 비서국은 김정은 총비서 아래에 조용원(조직), 박태성(선전선동), 리병철(군사), 정상학(감사), 리일환(근로단체), 김두일(경제), 최상건(과학교육)으로 구성됐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이 예상됐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기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했고, 당 부장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김여정이 특별한 직책을 갖지 않은 채 국정 전반을 보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여정과 또 다른 수행비서인 현송월 두 사람 모두 이번 당대회에서도 김 위원장을 수행한 바 있다.
  
   
▲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제8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위원 및 후보위원을 소개했다. 사진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왼쪽부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리병철 당중앙위원회 비서, 김덕훈 내각총리,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비서. 2021.1.11./사진=노동신문 캡처

5인으로 구성된 최고위 정책결정기구인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1939년생의 박봉주 전 내각 총리가 물러나고, 1957년생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비서가 새로 선출됐다. 조용원은 그동안 김 위원장을 그림자 수행해온 인물로 권력 서열 5위로 떠올랐다. 

또 ‘북한의 영원한 인민무력부장’으로 불린 오진우의 아들 오일정도 위원 명단에 오른 점도 주목된다. 군대에 대한 노동당의 지도를 담당하는 당중앙위원회 군정지도부장이 1944년생의 최부일에서 1954년생의 오일정으로 바뀐 것이다.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조용원이 당중앙위원회 정치국과 비서국, 당중앙군사위원회라는 노동당의 3대 핵심기구에 모두 김정은, 리병철과 함께 같이 선출되어 핵심 실세로 급부상했다”면서 “공식 서열은 5위이지만, 실제로는 김여정과 함께 김정은 다음 가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고인민회의 의장직을 맡고 있는 1955년생의 박태성이 당중앙위원회 비서와 선전선동부장직에 임명됨으로써 공식 서열 6위로 부상한 점도 눈에 띈다. 

   
▲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제8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위원 및 후보위원을 소개했다. 사진은 정치국 위원으로 왼쪽부터 박태성 당중앙위원회 비서 겸 선전선동부장,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 정상학 당중앙위 비서, 라일환 당중앙위 비서 겸 근로단체부장, 김두일 당중앙위 비서 겸 경제부장, 최상건 당중앙위원회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 김재룡 당중앙위 조직지도부장, 오일정 당중앙위 교정지도부장, 김영철 당중앙위 통일전선부장, 오수용 제2경제위원장, 권영진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정관 국방상, 정경택 국가보위상, 리영길 사회안전상. 2021.1.11./사진=노동신문 캡처

반면 대미·대남 라인 인사들은 이번 인사로 위상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라인으로 외무성 제1부상이던 최선희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대중 외교를 담당해 온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당 부장으로 임명됐고, 리선권 외무상은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유지했다.

김영철은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인 통일전선부 부장으로 복귀했다. 전임인 장금철은 부장단 명단에서 빠져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은 당 비서에서 제외되고 당 부장에만 이름을 올려 북한이 대남 담당 비서를 없애고 당 부장만 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주목할 점은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김수길에서 권영전으로 교체됐다. 인민무력상 명칭이 국방상으로 바뀌었다.

   
▲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제8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위원 및 후보위원을 소개했다. 사진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왼쪽부터 박태덕 당중앙위원회 규률조사부장, 박명순 당중앙위 경공업부장, 허청만 당중앙위 간부부장, 리철만 당중앙위 농업부장, 김형식 당중앙위원회 법무부장, 김영환 평양시당 책임비서, 박정근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양승호 내각 부총리, 전현철 당중앙위원회 경제정책실장, 리선권 외무상. 2021.1.11./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은 기존 10명이었던 당 부위원장을 7명 구성의 당 비서 체제로 줄였다. 인물 면면을 보면 대남과 외교 담당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5명이며, 위원은 상무위원을 포함해 19명, 후보위원은 11명이었다. 당 중앙위원회 위원은 138명, 당 중앙위 후보위원은 111명이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외교와 대남 엘리트의 매우 낮은 지위를 고려할 때 김정은 위원장이 적어도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는 외교나 남북관계보다 내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향후 김 위원장이 결정하면 김여정은 언제든지 정치국 후보위원이나 위원직에 선출될 수 있고,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상시적으로 보좌하고 있기 때문에 조용원처럼 공식적 지위가 갑자기 높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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