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결산] 인물로 본 금융권 핫 이슈③…주진형, 정몽구, 서명석, 김원규

 

2014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한해를 정리해본다면 다사다난했다. 경기침체로 증권가는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듯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을 쳤다. 파격경영으로 증권가 이슈메이커가 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My Way'는 확고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100년을 내다 본 투자에 증권가은 화색이 감돌았다. 작년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동양사태, 결국 얼룩진 동양증권은 역사 속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유안타증권이 우뚝 섰다. 그 중심에는 서명석 공동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올 증권의 M&A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은 뜨거웠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김원규 사장체제를 갖추면서 희망찬가를 준비하고 있다. 희비가 엇갈린 금융권의 핫 이슈를 인물로 통해 결산해본다. <편집자 주>

내 길을 가련다

   
▲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뉴시스
남들이 '노'를 외칠 때 '예스'를 외치며 ‘파격경영’의 행보를 걸은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올 한해 여의도 증권가에 숱한 화제를 뿌렸다.

작년 9월 12일에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주 사장은 과당매매 근절 방침, 매도 의견 리포트, 고위험 등급 주식 등을 제시하며 증권가의 개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주 사장은 '투자의견 등급체계 변경'을 전격 발표하면서 저금리 상황이 놓인 증시환경에 맞춰 투자의견 등급체계를 개선했다.

애매한 '보유' 비중을 줄이고 '매수' 혹은 '매도'를 늘려 투자자에게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뿐 아니라 '고객 먼저'를 강조하며 '고객지원센터(콜센터)'를 통해 기존 영업점에 버금가는 마케팅 창구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는 등 올해도 거침없는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에서는 업계 전반의 부정적 이미지를 마케팅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 사장의 행보는 잘못된 기존 관행은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며 고개 신뢰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경영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 사장의 행보에 평가는 엇갈렸다. 주 사장이 내세운 '매도'리포트로 인해 회사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아 애널리스트 10여명이 퇴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 사장 이러한 행보로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또 영업이익 측면에서 지난해 적자 전환에서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호평을 받았다.

자금시장 큰 손 등장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뉴시스
"그룹의 100년 앞을 내다보고 결정한 투자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자마자 가장 핫한 이슈를 만든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한국전력 부지를 고가로 매입한 이후 밝힌 포부였다.

한국형 아우토슈타트를 벤치 마케팅 할 예정이라며 낙찰에 성공한 현대차는 이후 후폭풍에 휩싸였다.

지난 9월 한국전력 부지 입찰 결과 현대차 그룹이 부지 감정가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의 높은 금액을 내 낙찰자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한전부지 입찰과 관련해 현대차 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계열사로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했으며 삼상그룹에서는 단독으로 삼성전자만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5조원 초중반대를 제시한 것에 반해 현대차는 10조5500억원을 제시해 주의의 놀라움을 샀다.

이 같은 현대차 한전부지 낙찰 가격에 대해 '단군 이래 최대 건설'이라 불렸던 용산 역세권 개발 때 삼성물산 컨소시엄(8억원)을 넘어서면서 새 역사를 썼다.

낙찰 이후 현대차에는 후폭풍이 몰아쳤다.  현대차 주가가 연이어 낙폭을 키웠다. 

심지어 외국인들의 외면까지 받았다. 한전부지의 고가 매입 파문으로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현대차동차를 2104억원어치 팔아치웠다.

현대차뿐 아니라 한전 부지 매입에 참여한 기아차, 현대모비스도 외국인들이 각각 926억원치, 626억원어치 순매도 하면서 주가 폭락을 맞았다.

주가폭락은 물론 한전부지 고액 매입과 관련해 정회장과 3개사 이사들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배임 혐의 고발 움직임도 나타났다. 

고가 매입에 따른 부작용에도 현대차는 지난 9월 26일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내년 9월25일까지 3회에 걸쳐 분납해야 한다. 
 
아듀 동양, 그리고 유안타

   
▲ 서명석 유안타증권 공동대표/뉴시스
50년 넘게 증권업계를 주름잡던 동양증권이 사라지고 대만계 회사인 유안타증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올 초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불완전 판매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투자자 이탈과 대규모 자금 인출 등에 시달리는 이른바 '동양사태'가 발생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동부증권일 당시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를 판매함으로써 피해자가 4만여명에 이르고 피해금액도 1조2900억여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현재현 동양증권 전 회장을 기소했으며 재판부는 현 전 회장에게 12년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 외 동양증권과 공모한 혐의로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이사도 구속기소 됐고 징역 3년6개월 선고받았다.

동양사태 이후 서명석 유안타증권 공동대표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했다.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린 대만의 유안타 그룹에 직접 방문해 브리핑을 하는 등 성공적인 매각을 이끌어 냈고 노사협력의 매끄러운 구조조정으로 정상화 노력에 힘을 쏟았다.

또 올해 중국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의 시행으로 유안타증권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했고 이에 따른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한가까지 치솟은 바 있다.

또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배당확대 유도정책에 힘입어 주식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났다.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전년 3분기 대비 40% 이상 급증하며 10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동양사태  이후 1년 만에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회사로 탄생하면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하나의 합병 우리+NH

   
▲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뉴시스
올해 증권가에는 구조조정과 증권사간의 통폐합의 한파가 불어오는 가운데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이 꾸준한 이슈로 시선을 끈다.

업계의 불황에 맞서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하기로 결심했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인수한 농협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승인에 이어 지난 4월 이사회를 열어 계약 종료를 선언하고 주식 매매계약(SPA)를 맺었다. 이로써 자본금 4조3800억원의 ‘1등 증권사’를 탄생할 전망이었다.

그러나 합병안은 가결했지만 통합 증권사 출범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측에서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오는 31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우투증권 노조가 '합병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서며 제동을 걸었다.

지난 16일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NH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이 우리투자증권 노조와 체결한 상생협약에서 자율경영과 우리투자증권의 전문성을 보장했으나 농협증권의 2회 연속 기관 경고 누적조치에 안일하게 대응해 통합 증권사의 영업력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고 관피아와 농협중앙회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나섰다.

그러나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합병을 예정대로 마무리하고 NH투자증권(통합증권사명)을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 이미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이후의 출범체제도 내정됐다. 우리투자증권 공채 출신 김원규 사장을 중심으로 우리투자증권에서 4명, NH농협증권에서 2명으로 꾸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