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나 ‘국민의 알 권리’ 빌미 종북논리 주장 여과 없이 홍보

   
▲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우선, 방송계의 유행어가 된 ‘패널(panel)’이란 용어부터 바로 잡자. “방송 패널들의 자질”, “다양한 전문 패널을 출연시키고 있는 방송사” 등등의 표현은 잘못이다. ‘패널’은 토론회 또는 토론진을 의미하는 단어이며, ‘패널’을 구성하는 개개인은 ‘패널리스트(panelist)’이다. 공개토론회나 라디오·텔레비전 토론프로그램의 토론자 개개인을 지칭할 때는 ‘패널’이 아니라 ‘패널리스트’라고 해야 맞는다.

어제(12. 24) 아침 YTN 방송에 박 대통령에 대한 험담과 악성 유언비어를 인터넷에 퍼뜨린 ‘카이스트’ 출신 40대 김모씨가 검찰에 구속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ㅇㅇㅇ와 밀접한 관계다”, “세월호참사는 박 대통령이 사전에 계획한 것이다”, “해경이 승객들을 수장시켰다”는 등 개인을 모욕하고 국가질서를 파괴하는 거짓 주장들과 저속한 표현들을 전국에 퍼뜨린 것이다.

김씨가 올린 박 대통령 관련 허위글 22건, 또 세월호참사 관련 허위글 62건이 총 조회수 270만 회를 기록했다고 한다. 악질 유언비어로 사회에 혼란을 초래하고 대통령으로서뿐만 아니라 한 여성이자 국민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을 퍼부은 자를 검찰이 구속한 것이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출신 보안전문가인 김씨는 '18대 대선 부정선거 진상규명연대' 대표로 활동하며 대통령 퇴진운동을 주도하고 대선 개표결과가 조작됐다며 대선 무효소송을 제기하고 선관위 관계자들을 고소하기도 한 인물이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자신이 주도하던 정권퇴진운동이 관심을 끌지 못하자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에 대한 YTN 프로그램의 한 패널리스트의 주장이 가관이다. 작가이자 평론가라는 이 패널리스트는 “저는 권력자라면 국민이 비판받는 거 조롱하는 거 쿨하게 넘길 수 있다고 보거든요…… 노무현 대통령같은 경우에는 얼마든지 나를 욕해라, 국민들이 나를 욕해서 행복하다면 욕을 하라고 했거든요…… 오바마 대통령도 그렇고 이보다 더 심한 인종차별적 이야기에도 쿨하게 넘어가잖아요.” 등의 논리로 “공직자가 그게 싫으면 공직을 맡으면 안 됩니다…… 폭 넓게 포용스러운 마음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죠.”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한 술 더 떠서 “다른 야권의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이런 글을 썼다면 당연히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이 한 거잖아요”라는 억지 논리도 폈다. 우선, 정치인의 망언은 처벌하되 일반 국민의 허위사실의 유포나 악의적인 명예훼손 행위는 눈감아 줘야 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화해와 용서만으로 유지 될 수 있는 사회가 있다면 법이 왜 필요한가?

대통령도 인격을 보호 받아야 할 국민의 한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국민이 투표로 선출한 우리나라의 최고위직 공인(公人)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권위와 이미지는 나라의 국격(國格)과 국민의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허위 사실로 대통령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은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이상의 범죄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단순한 명예훼손 차원의 사건이 아니다. 세월호참사 사고 관련 주장은 국가질서를 흔들고 공권력을 폄훼(貶毁)하는 악질적인 유언비어 유포행위이며 엄중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망동이다.

이 패널리스트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을 본질적으로 비난하는 흑인이라고 인종차별 하는 것도 굉장히 많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명예훼손으로 (국민을) 처벌했다는 거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라는 말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이라는 건 사실인데 어떻게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대통령을 희화(戱化)하는 행위와 악성 유언비어로 인격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별개의 문제이다. 더구나 미국 사회의 유머감각과 우리 사회의 유머감각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가?

방송가에 토크쇼 붐이 일고 패널리스트들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변호사, 평론가, 교수, 언론인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TV에 출연하여 패널리스트로서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외모와 언변이 출중하고 섭외가 용이한 사람들을 찾을 수밖에 없으므로 몇몇 인기 패널리스트들이 여러 방송사에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목청을 올리고 있다.

이런 연유로 방송출연료는 고사하고 프로그램제작 협찬금을 내겠다며 방송 출연을 청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반 국민이 신문보도를 모두 사실로 믿고 방송출연자들을 권위자로 믿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려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을 것이다.

어찌되었던, 종편(綜編) 등장 이후 전문가를 자처하는 패널리스트들이 대목을 맞아 신바람이 났다. 특히, 올해에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2월), 세월호 침몰사건(4월)​, GOP병사 총기난사사건(6월), 성남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10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사건(11월), 신은미와 황선의 전국순회 토크쇼와 이들에 대한 냄비폭약 투척사건(12월), 대한항공 기내소란 및 회항 사건(12월), 통진당 해산 판결(12월) 등 방송사 패널리스트들에게는 신바람나는 큰 사건들이 많기도 했다.

큰 사건마다 목청을 높이는 패널리스트들의 주장 중 올해의 대표적인 헛소리가 세월호 사고 때 떠들어댄 ‘에어포켓(air pocket)’이 아닌가 생각된다. 온 국민을 허망하게 만들고 수색과 구조작업에 혼선을 초래한 상식 이하의 주장에 언론의 호들갑도 큰 몫을 했다.

방송 패널리스트들의 역할은 자신의 언변이나 순발력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주요 현안에 대한 다양한 전문지식이나 의견을 피력하여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국가 주요 현안에 대해서 보수성향과 진보성향 패널리스트들이 토론을 통해 국민의 판단을 돕고 올바른 여론을 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패널’의 역할이겠지만, 자유민주주의 사회질서의 근본을 부정하는 궤변이나 함량미달의 개인적 주장을 일삼는 사람들이 ‘패널’의 한 자리를 차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통진당 해산’과 ‘신은미 콘서트’ 관련 방송보도를 보면서 방송이 ‘표현의 자유’나 ‘국민의 알 권리’를 빌미로 종북논리와 주장들을 여과 없이 홍보해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모든 자유에는 의무가 따른다. 의무가 없는 자유는 무정부적 혼란을 야기한다.  /이철영 재단법인 굿소사이어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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