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본점 저축은행 상위 10개사 당기순익, 전체 저축은행 60% 넘어서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저축은행업계의 족쇄였던 인수·합병(M&A) 규제가 올해 상반기 풀릴 것으로 보이며 업계내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지방소재 저축은행의 본점이 합병 과정에서 서울과 수도권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커 지역 대출이 줄어든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진=미디어펜

 
14일 금융위원회는 빠르면 상반기 중 저축은행 인가정책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편안에는 저축은행 간 자율적인 M&A 허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에 따라 기존 동일 대주주가 최대 2개의 저축은행만 보유할 수 있었던 것에서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은행을 보유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전국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저축은행은 민국, 대원, 머스트삼일, 유니온저축은행 등 10여곳에 달한다. 

문제는 지방 저축은행들이 규제완화를 통해 서울이나 인천·경기를 영업구역으로 가진 저축은행과 합병될 경우 본점을 수도권으로 옮기면서 지역 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들은 본점이 소재한 지역 내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대출해야 한다. 서울, 인천·경기는 50% 이상, 다른 지역은 40% 이상이다.

현재 자산규모 2조원이 넘는 10개 저축은행의 본점은 모두 수도권에 있으며, 자산규모가 1조원이 넘는 저축은행 가운데 지방에 본점을 둔 곳은 아주저축은행(충북) 단 한 곳에 불과하다.

특히 수도권에 본점을 둔 SBI, OK, 웰컴, 애큐온, 페퍼 등 저축은행 상위 10개사가 업계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약 60%를 넘어서 업계 내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자본력이 약하고, 디지털 금융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중소 저축은행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쇠퇴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시장 전체의 성장을 위해 M&A규제 완화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가 더욱 큰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규제로 발목이 잡힌 저축은행업계에서 발전과 혁신이 어려워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규제 완화 이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M&A규제를 통해 시장이 재편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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