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23개월째 수감·이재현 건강 악화…'유전유죄' 여론재판 안돼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
최경환 부총리가 기업인에 대한 형벌 역차별 언급에 김무성 여당 대표도 가세하면서 기업인 가석방·사면에 대한 논란이 연말연시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마치 정치권에서 선처하듯이 기업인 가석방과 사면을 논하는 듯하여 다소 아쉬운 감은 있지만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인기영합적 괴물에 맞서고자 소신있는 발언을 한 두 정치인의 용기가 신선해 보인다.

우리는 그동안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신분으로 인하여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슬로건으로 왜곡되게 해석해 왔다.

물론, 과거에 이러한 슬로건들이 우리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당한 사건들이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에도 여전히 이러한 슬로건이 유효한지는 이번 김 대표와 최 부총리의 발언을 통해 다시 한 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김 대표와 최 부총리 발언의 핵심은 지난 수년간 발생한 기업인 형사처벌과 관련하여 “유전유죄(有錢有罪)”라는 역차별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발전에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들은 누구 편들기 보다는 형사벌제도의 운용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된다.

   
▲ 최경환 부총리가 기업인에 대한 형벌 역차별 언급에 김무성 여당 대표도 가세하면서 기업인 가석방·사면에 대한 논란이 연말연시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제1 야당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즉, 이번 새누리당의 기업인 가석방·사면 발언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땅콩 회항”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가한 바 있다. 물론, 야당으로서 여당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가한 점에 대하여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내용상으로 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우선, 야당은 형사벌 제도의 운용과 관련하여 법리적 문제제기 보다는 여론 호도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 특히,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는 형사벌 문제를 놓고 법리보다는 여론에 더 비중을 두어 그 당위를 따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사실, ‘땅콩 회항’ 사건은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며,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당연히 민·형사상 책임추궁이 가능한 것은 분명하다. 즉, 경영판단이나 ‘유전무죄’와는 전혀 무관한 한 특정기업 총수 일가의 도덕적 해이와 위법행위에 불과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빌미로 다른 사건에 대한 형사벌 제도의 운용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분명 제1야당으로서 국민들에게 크게 실망감을 주는 대응이었다고 생각된다.

지난 수년간 기업인 형사처벌에 대한 문제제기의 핵심은 도주의 우려가 없는 기업총수들임에도 불구하고 구속수사와 재판을 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기업총수들을 마녀사냥 하듯이 여론재판을 한다는 비판도 많았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김 대표와 최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분명 기업인들에 대한 형사벌적 역차별이라는 문제해결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기업현실을 보더라도 새로운 먹거리나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는 기업총수의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500조원을 넘어서고 있는 이 시점에서 기업총수들의 투자관련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법집행은 사회적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사법제도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지난 24일 국회에 출석하여 “가석방 요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가해서는 안된다”는 소신을 밝힌 점을 감안해 보면 이번 김 대표와 최 부총리의 발언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왜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이 “법 앞에서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고 천명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는 사법부와 정치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