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키움 히어로즈의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32)이 1억 가까운 연봉을 자진 삭감해 화제다. 언뜻 납득하기 힘들지만, 예비 FA(자유계약선수) 서건장에게는 '다 계획이 있는' 행보다.

서건창은 키움과 2021시즌 연봉 2억2500만원에 계약했다. 당초 키움이 구단 산정 고과에 따라 제시한 서건창의 연봉은 지난해 3억5000만원에서 3000만원 삭감된 3억2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서건창은 스스로 구단 제시액에서 9500만원을 더 삭감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단의 설득에도 서건창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지난해보다 무려 1억2500만원 삭감된 금액에 사인을 했다.

   
▲ 사진=키움 히어로즈


지난해 서건창의 성적은 이름값이나 연봉에 비해 한참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135경기에서 타율 0.277 5홈런 52타점 24도루 출루율 0.390 장타율 0.386을 기록했다. 부상 여파로 주포지션인 2루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지명타자로 출전한 경우도 많았다. KBO리그 사상 첫 200안타를 돌파(201안타)하며 스타로 떠오른 2014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연봉 삭감 요인은 확실했지만, 구단 제시액보다 9500만원이나 더 적게 받겠다고 스스로 요청한 것은 분명 다른 의도와 계획이 있기 때문이었다.

올 시즌 후 FA가 되는 것에 대비한 포석이다. 서건창은 연봉 자진 삭감을 통해 2021시즌 팀 내 연봉 랭킹 상위 3명에서 벗어났다. 바뀐 FA 제도에 따라 서건창은 올 시즌 후 FA가 되면 첫번째 FA 자격을 획득함에도 B등급(2번째 FA 취득자, 또는 구단 연봉 순위 4위~10위, 전체 연봉 순위 31위~60위)으로 분류된다.

FA 등급 A와 B는 운신의 폭이 크게 달라진다. A등급(구단 연봉 순위 3위 이내, 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 FA의 경우 다른 구단이 영입하려면 직전 시즌 연봉 200%와 20명 보호 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연봉 300%를 보상해야 한다. 하지만 B등급은 직전 연봉 100%와 25명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연봉 200%만 보상하면 된다.

부상만 없다면 서건창은 매력적인 2루수 자원이다. 안타를 양산할 수 있는 정교한 타격과 안정된 수비력, 작전 수행 능력과 재치있는 주루플레이를 두루 갖췄다. FA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서건창이 올해 자기 기량을 제대로 발휘해 다른 팀에서 영입 욕심을 내면 키움에 2억2500만원의 보상금과 25명 외 선수 1명, 또는 4억5000만원의 보상금만 지급하면 된다. 서건창을 데려가려는 팀이 많아지면 경쟁이 붙어 몸값은 자연스럽게 치솟을 것이다.

원소속팀 키움이 서건창을 잔류시킬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올해 1억 가까운 연봉을 자진 삭감한 서건창에게 그 이상의 보상을 충분히 해줘야 서건창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서건창은 비록 올해 연봉 9500만원을 스스로 손해봤지만, 1년 후 FA 대박 계약을 위한 투자의 의미가 크다. 예비 FA로서 승부수를 띄운 서건창, 시즌 개막 후 자신의 상품 가치를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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