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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사면…국격·국민통합차원서 결단 내려야
정치적 관점 아닌 인도적이고 국민 통합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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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1-01-15 14: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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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절차가 3년 9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14일 대법원은 국정농단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 형량인 징역 2년을 더하면 모두 22년의 징역형을 살게 된다. 2017년 3월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이 형기를 다 채울 경우 만 87세인 2039년 3월 출소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절차가 끝나면서 이미 17년 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새해 벽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 하겠다"고 말하면서 이슈화됐다.  

이 대표의 발언은 여권내 반발을 부르며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기 전이었기에 때문에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 대표도 여권 지지자들의 반발에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 보겠다"라며 물러섰다.
 
14일 막상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정치권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후폭풍에 휩싸였던 이 대표는 재차 사과론부터 꺼냈다. 국민의힘은 "법원의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덤덤한 논평을 냈다. 청와대도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정신이 구현된 것이고,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의미한다"는 공식적인 입장만 밝혔다.
 
정치권과 청와대가 원론적인 반응을 보이고는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 이상 사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때처럼 두 전직 대통령의 동시 수감에 국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전직 대통령 중 3년 9개월이라는 가장 오랜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 법적 처벌은 이미 충분할 만큼 내려졌다. 80세 69세의 나이에 건강마저 좋지 않다는 두 전직대통령의 수감이 더 이상 장기화된다고 무슨 의미가 있나. 국격이라는 측면에서도 사면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사면 요구가 거세질수록 정쟁은 악화되고, 국민 간 갈등과 반목은 심화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17년형의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무려 44개월 동안 수감생활 중으로 역대 대통령 최장 기록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군사반란·비자금 사건으로 2년여 수감된 데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이 전 대통령이 80세, 박 전 대통령은 69세로 고령인 데다 건강상태도 좋지 않다. 사면한다고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결단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통합과 포용을 얘기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념에 따라, 진영에 따라, 세대에 따라 갈갈이 찢어져 있다. 이 같은 분열 구도는 국익은 물론 경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낳는다. 대한민국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통합이다. 

물론 사면에는 절대 전제 조건이 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4월 보선이나 내년 3월 대선을 염두에 둔 선거 전략으로 활용해서도 안 된다.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하는 '선별 사면'으로 다시 국민을 갈라 치는 정략적 발상도 삼가야 한다. 오직 국민 통합 차원에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솔직한 생각을 밝혀야 한다.

정치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로 갈라져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사회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의 적대 관계가 커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더 큰 양극화를 불렀고 일자리는 참사 수준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경제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국민통합의 시대로 새롭게 열어가야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정치적인 관점이 아닌, 오로지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면 철학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시절 사형을 선고받았다. 유언을 겸한 최후진술에서는 "정치적인 보복이 이 땅에서 다시는 행해지지 않도록 부탁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그를 구한 것은 당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었다. 카터의 부탁으로 레이건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대가로 '김대중 감형'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은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시켰다.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렸고, 나중엔 미국으로 쫓아낸 그런 전두환을 김대중은 용서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분기에 한 번 이상 전직 대통령 내외를 모두 청와대로 초청했다. 화해와 통합만이 분열된 분단국가를 이끌어 나갈 동력이기에 정치보복을 중단하겠다는 신념의 결과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진보와 보수, 영·호남의 화해라는 정치적 신뢰자산을 축적했다. 국민통합을 밑거름으로 노사정 합의를 통해 노동개혁을 하고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었다. 국민건강보험 통합, 의약분업이라는 난제도 해결했으며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 이뤄냈다. 모든 게 국민통합의 결과물이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 법적 처벌은 이미 충분할 만큼 내려졌다. 80세 69세의 나이에 건강마저 좋지 않다는 두 전직대통령의 수감이 더 이상 장기화된다고 무슨 의미가 있나. 국격이라는 측면에서도 사면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더욱이 두 사람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고 사망자까지 나왔다.

사면은 분열과 저주가 아닌 통합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오로지 인도적 측면에서,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해야 한다. 헌법에서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부여한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사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여권의 갈라진 여론보다는 극렬 정권 지지층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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