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압수수색·강제수사 검토…靑·법무부 등 '윗선 지시' 실체는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지난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불법적으로 출국금지를 내린 것을 놓고 온갖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는 당시 출국금지를 요청한 대검 진상조사단을 비롯해 출입국 기록을 무단 조회한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출국금지 요청을 거절한 대검 기획조정부 등을 압수수색할 계획이다.

특히 수사팀은 당시 진상조사단에 파견되어 긴급 출국금지를 주도한 '키맨' 이규원 검사의 강제수사 전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핵심은 개입 및 지시 등 출국금지를 실제로 주도한 윗선이 어디까지 연루되어 있느냐다.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공권력 남용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누가 공권력 남용을 주도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진은 2012년 광주고검장 당시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김학의 전 차관 강제수사'라는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명 'due process', 수사는 적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형사사법기관의 대원칙을 무너뜨린 사례다.

정부가 민간인을 출국금지하기 위해 적법 절차를 대놓고 어겼다는 이번 사태는 위중하다. 은폐 의혹까지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수원지검 형사3부로 전격 재배당하고 지검 내 인력 충원을 통해 수사팀(검사 5명으로 구성) 진용을 갖춘 이유이기도 하다.

수원지검은 윗선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총력을 모을 태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윗선에 대해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법무부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은 당연하고, 출국금지 5일 전 김학의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5일간 펼쳐진 긴급출국금지 과정은 복잡하다.

2019년 3월 18일 문 대통령 지시가 나온 후 박상기 장관이 당시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법무부 과거사위 간사-현 법무부 차관)·김용민 변호사(과거사위 주무위원)·차규근 본부장 등을 통해 이규원 검사를 움직였고, 19일부터 22일 사이 출국기록을 177회 이상 조회한 끝에 존재하지 않는 내사번호·사건번호로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았다는 것이 '의혹의 실체'다.

법조계에 따르면, 출국금지를 요청한 이 검사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었던 이광철 현 민정비서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가까운 지인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민간인이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민간인을 상대로 출국 정보를 불법 수집한 후 이를 활용한 셈이다. 없는 사건번호도 가짜로 만들어내면서 말이다. 지시를 한 최종 윗선은 (공무원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때 적용하는) 직권남용죄에 걸린다.

그외에 긴급 출국금지를 직접 수행한 이 검사는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박상기 전 장관은 배임 혐의(직무상 의무 위반·불법사찰 지시 및 방조)를 받는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이 사건에 대해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전직 고위공무원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며 "출입국관리법은 '수사기관'이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법조계 시선은 싸늘하다.

같은 논리면, 확인되지 않은 죄목으로 위조 영장을 만들어 내어 체포·구금하는 독재국가와 다를게 뭐냐는 지적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3월 18일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사진=청와대

이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출국금지라는 사안에 대해 고무줄 잣대를 적용한다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기관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만을 위한 기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전 차관은 성 접대를 비롯한 3억원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지난해 10월 28일 법정 구속됐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아 아직 김 전 차관의 유무죄 여부는 알 수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불법 출국금지를 지시한 윗선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