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자회견서 “2015년 위안부 합의 인정”…북에 한미훈련 협의 제안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경색 국면인 남북, 북미 관계에서 오는 3월 한미 합동군사훈련 개최 여부가 또다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이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일 갈등과 관련해 처음으로 2015년 한일 간 체결된 위안부 합의를 공식 인정한다고 말하며 유연성을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한 신년기자회견에서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남북·한미 관계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한미연합훈련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틀 속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한미훈련에 대해서 남북 간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게끔 합의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연합훈련은 해마다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훈련이고,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서도 “필요하면 (한미연합훈련을)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4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저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말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나고 싶은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게 되면 우선 당부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하노이회담 실패 요인을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추후 남북정상회담의 최우선 과제는 북미대화 견인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1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물인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에서 있었던 싱가포르 선언은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선언이었다”며 “물론 그것이 원론적인 선언에 그치고 그 이후에 보다 구체적인 합의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북미대화를 싱가포르 선언으로 시작해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협상을 해 나간다면 좀 더 속도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이를 위해 한미공조를 확대하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서도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북한에 처음으로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개최를 공식 제안해 북한의 대화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군사공동위원회 개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이는 김 위원장이 8차 당대회 때 ‘방역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 매카니즘이 필요하다고 보고 군사공동위원회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만약 북한이 문 대통령의 군사공동위 개최 제안을 받으면 남북 간 의미 있는 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이 정말 대화 의지가 있다면 군사공동위 제안을 받을 것이고, 따라서 북한이 군사공동위에 나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다만 신 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평화, 대화,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확실하게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이다. 그런 큰 원칙에 대해서는 이미 북미 간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 공동선언으로 이미 다 합의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8차 당대회에서 핵무력 증강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이 군사력을 증강하겠다고 한 것은 결국 이런 비핵화와 평화구축 회담이 아직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핵화를 비롯한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대화가 성공적으로 타결된다면 다 함께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이런 현실 문제를 어떻게 바꿀지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신 센터장은 “이 문제가 대북정책의 전제인데 바이든 정부에서도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대북정책을 이끌어가기 힘들어진다”고 평가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1.1.18./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번에 처음으로 박근혜 정부 때 한일 간에 체결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하면서 현재 한일 간 최대 갈등 요인인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와 분리하겠다고 밝혀 유연성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앞으로 위안부 문제나 징용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 방안을 일본과 어떻게 합의해나갈지는 여전히 실천 과제로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간 수출규제 문제와 징용배상판결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여러 차원의 대화를 하고 있는 중에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서 솔직히 조금 곤혹스럽다”고 했다.

이어 “늘 강조해왔듯이 과거사는 과거사이고, 한일 간 미래지향적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사 문제들도 사안별로 분리해서 서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2015년도에 양국 정부간 위안부 합의가 있었다. 한국 정부는 그 합의가 양국 정부간의 공식적인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그런 토대 위에서 최근 법원의 위안부 판결의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일본과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강제집행 방식으로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한일 관계에 있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단계가 되기 전 양국간 외교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라면서 “다만 위안부 문제에서나 징용 문제에서 외교적 해법은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문 대통령은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을 양국 정부가 협의하고 또 한국 정부가 그 방안을 갖고 원고들을 최대한 설득해내고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과 관련해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투트랙으로 풀겠다는 발언은 그동안 정부에서 많이 나온 발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공식 인정한 것이나 징용배상판결과 관련해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집행을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신 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징용배상판결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분리한 점이 눈에 띈다”면서 “특히 법원의 징용배상판결과 관련해 원고 측 동의를 강조하면서도 국내 자산 현금화 집행에 반대하고,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찍어 의미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이 유일하게 입장을 바꾼 대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