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주유소의 이익 때문에 기름값을 안 내리는 게 아니냐고 한다. 답답하다”

국제유가가 지난 6월 이후 급락해 2009년 이래로 최저치를 찍으며 언제 끝날지 모른 채 하루하루 내리막을 치닫고 있다. 이에 주유소 업주들도 하루하루 마음 졸이고 있다.

지난 26일 중구 신당동의 한 주요소. 퇴근 시간대 주유를 위해 찾는 손님 한 명 정도 있을 법했건만 칼바람만 드나들 뿐이다.

이곳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65원. 이미 서울에서도 1500원대 주유소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비싼 축에 속한다. 손님 발길이 뜸한 수밖에 없다.

손님이 없어 사무실 전기난로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주유소 주인에게 "요즘 많이 어려우시죠"라며 말을 붙여 보았다. 기다렸다는 듯 그동안 냉가슴 앓이 했던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업주는 주유소 휘발유 값 인하에 대해 "위치가 위치인 만큼 땅값이 싼 곳도 아니고 주유소 규모도 작고 형편이 어렵다 보니 다른 곳들처럼 가격을 낮춰도 남는 게 없다"며 "그래서 판매가격을 낮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값이 비쌀 때 사뒀던 기름을 제때 팔지 못하다 보니 유가하락으로 가격이 낮아진 기름을 그때그때 사오지 못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마침 간만의 손님을 맞아 우리의 대화는 잠시 중단 됐다. 주유 시간 동안 손님과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직장인 김종찬(33)씨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집에서 서울 종로에 있는 회사까지 출퇴근하다 보니 기름 값에 민감하다고 한다.

그는 "뉴스를 보면 국제유가는 쭉쭉 떨어진다는데 휘발유 값은 조금 내리는 게 이상하다"라며 "주유소들이 이익을 챙겨서 그런 게 아니냐”고 소비자가 느끼기에 여전히 높은 기름값에 대해 의아해 했다.

오늘은 급해서 이곳을 들렸지만 평소에는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찾아 주유하는 편이라는 말을 남긴 채 주유가 끝나고 이곳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업주는 "많은 소비자들이 정유사나 주유소가 수익 확보를 위해 휘발유 값을 안 내리는 게 아니냐고들 한다. 하지만 1.5%나 되는 카드수수료율과 기름값의 절반이 넘는 세금 등 고정비용이 여전히 높다보니 결국 주유소간의 가격경쟁은 '제살 깎아먹기'밖에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는 주유소들 소식도 번번이 들러온단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전국적으로 1만5000개를 넘어서던 주유소들이 최근 1만3000개로 줄어들었다"며 "연비가 좋은 차들의 판매가 늘고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폐업하는 주유소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안 좋은 상황 속에서 주유소 업주들은 폐업도 쉽지 않다고 한다. 시설을 철거하는 데만 억 단위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 휴업을 하는 주유소들도 부지기수라고.

이어 "결국 '유류세 인하'가 해결책"이라며 "유류세를 그대로 둔 채 출혈경쟁만 강요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보고 나가 죽으란 소리"라며 조금은 격앙된 상태로 주장했다.

한편 주유소 기름값이 싸지고 있지만 기름값 인하가 생각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다는 것이 주유소 업계의 평이다.

시내 ℓ당 1500원대로 휘발유를 판매중인 A씨는 "고유가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에 대한 관심이 줄은 듯하다"며 "가격 하락으로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속히 국제 유가의 하향 안정이 되길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다. 주유소 업계에 바람잘 날이 없다. [미디어펜=류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