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자회견서 “징용기업 자산 현금화 없다” 등 유연한 태도
“주시하겠다” 일본, 한국측에 해법 요구…정치적 해결 나올까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나타내면서 향후 한일 간 현실적인 해법을 타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관계 관련 질문을 받고 처음으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공식 인정하면서, 과거사 문제도 분리해서 해법을 찾고, 특히 징용배상판결과 관련해 징용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국간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양국 정부간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그 토대 위에서 최근 법원의 위안부 판결의 해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도 강제집행 방식으로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한일 관계에 있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나 징용 문제에서 해법은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양국간 외교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양국 정부가 협의해서 한국 정부가 그 방안을 갖고 원고들을 최대한 설득해가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지난 2017년엔 “정부간 공식적인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한국정부가) 사실상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관계와 관련해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투트랙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지는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곤혹스럽다”는 말을 덧붙여 사안별 해법 등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표현한 것은 처음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더구나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 8일 법원의 일본정부에 대한 위안부 배상판결 당일 외교부가 대변인 성명으로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한 것에서 ‘인정’이란 표현을 사용해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특히 정의기억연대 등이 위의 외교부 논평에 대해 반발한 사실이 있는데도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유의하고 있다” “한국 측이 실제로 향후 행동할지 확실하게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밝히면서 여전히 한국이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카이 마나부 관방부장관은 전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한 양국은 서로 중요한 이웃 나라인데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피해자) 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현재 양국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서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돌려놓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앞으로도 한국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정부는 현재 2018년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판결이나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이 일본정부에 대한 위안부 배상판결에 대해 각각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한국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했으니 주도적으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정부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면서 피해자 중심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위안부 배상판결에 대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서고,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라 한미일 3국 공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문 대통령이 서둘러 해법 찾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는 “전문가들로부터 12가지 안을 제시받았다”면서 징용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정부나 기업이 우선 배상하고 추후 일본 기업에 배상금을 요구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처음으로 정치적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다만 최근 지지율이 급락한 스가 정부가 타협을 거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취임 4개월만에 74%였던 지지율이 39%로 급락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한 지지율이 추락한 스가 일본 총리는 18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국회 시정방침연설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건전한 관계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라도 한국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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