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호황 누렸던 환경 대비 저조한 실적…비경상비용 반영 영향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지난해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주식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지만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은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20일 KB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커버리지 6개 증권사(삼성·미래에셋대우·NH투자·한국금융지주·메리츠·키움)의 2020년 4분기 합산 연결 지배주주기준 순이익은 1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25.2% 감소할 전망이다.

주식 시장의 급등과 3분기 수준의 일평균거래대금이 유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환경 대비 저조한 성적이라는 평가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은 1조1682억원으로 전 분기대비 5.9%줄고, 전년 동기 대비 124.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수료 수익은 전 분기 대비 9.2% 줄어든 8220억원, 이자수익은 전 분기 대비 3.1% 늘어난 3463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15일 기준) 주식시장에서 일평균거래대금은 4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11일에는 64조8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신용융자잔고는 9영업일만에 2조원 가량 증가했다. 

증권가에서 4분기는 전통적으로 회전율이 하락하고 양도세 회피 물량 증가로 영업 환경이 연중 가장 부진한 시기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는 거의 모든 수익원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됐다.

코스피 지수가 23.4%, 코스닥 지수가 14.2% 급등하는가 하면, 2월 일평균거래대금이 33조6000억원 수준까지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기도 했다. 신용융자 역시 전 분기대비 15.7% 증가하였고 ELS 조기상환은 90.8% 급증했다. 

이 같은 영업 환경 속에서도부진한 실적이 예상되는 이유는 비경상적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게 KB증권의 분석이다. 

커버리지 6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 기업 역시 비경상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금융지주라는 게 KB증권의 판단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법처분이익 유입과 3분기에 부도율(PD) 상향이 기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 삼성증권은 충당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브로커리지 및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에 따른 이익 민감도가 높다는 점에서 양호한 4분기 실적이 시현될 것으로 예상되고, 미래에셋대우는 기투자자산 중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의 손상인식과 판교 알파돔·네이버 파이낸셜 등의 공정가치 평가이익이 상당부분 상쇄돼 이익의 절대 규모는 컨센서스를 하회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 부문에서 대규모 셀다운(sell-down·재매각) 수수료 유입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 선지급금 관련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투자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인식으로 인하여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시현할 것으로 보여진다. 

메리츠증권은 IB및 자기자본(PI) 부문에서 견조한 이익 흐름이 예상되지만 요주의 등급의 투자자산에 대한 충당금 적립이 4분기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어 당초 예상대비 부진한 실적이 전망된다.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및 PI 부문에서 실적의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젠투(Gen2) 펀드에 대한 충당금 적립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은 존재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영업 환경이 좋았음에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는 4분기에 비경상적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보유 투자자산에 대한 손상차손 인식, 파생결합증권 운용 자산 평가 손실 인식, 대출자산에 대한 PD 조정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이 실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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