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특권 대폭 축소,기업인 호통 악용 국감 증인도 제한을

   
▲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한국 정치의 ‘대표성의 위기’ 근본적 성찰 필요

한국 정치는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 국회가 있다는 데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넉 달이 넘도록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 못하는 식물국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아가 비리 협의에 연루된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을 여야 합작으로 부결시키고 자신들의 특권 지키기와 제 식구 감싸기에만 여념이 없는 국회와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중요한 국가적 현안과 관련된 법안 논의를 방기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몰두하고 있는 국회 의원들의 직무유기 앞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이후 국민들은 마땅한 대책없이 속수무책으로 국정 표류 현상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국민 여론의 저류에는 이제 이런 식의 정치로는 더 이상 안되고 새로운 정치 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광범한 인식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국회의 직무유기로부터 생겨나는 한국 정치의 위기는 한마디로 ‘대표성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의 도시국가와 달리 커다란 영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대한민국과 같은 근대국가는 직접민주주의를 실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의 자유로운 민주적 선거에 의해서 ‘대표,’ 즉 국회의원을 선출하여 국가와 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들을 토론, 조정, 법안을 입안하고 만드는 기능을 국회에 부여했다. 그런데 현재 한국정치는 이런 ‘대표성’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정치문화의 포풀리즘적 성향에 의하여 ‘대표성의 위기’는 ‘헌정의 위기’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선진화법’은 대표성의 위기를 가져온 잘못된 법안으로서 당장 폐기처분시켜야 한다. 이 법안은 전혀 ‘선진성’을 갖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토론과 타협의 정치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한국 정치현실에서는 국회의 운영을 마비시키는 그릇된 결과를 낳았다. 2012년 5월 개정된 국회법은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쟁점 법안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처리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같은 내용은 다수결의 원리를 위배한 것으로서 위헌적 요소가 있다. 진작에 의식있는 초선의 젊은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을 헌법재판소로 가져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

   
▲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당에 대한 보조금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 정당보조금은 과거 권위주의정권이 야당을 길들이기위해 도입한 것이다.누구나 결성할 수 있는 정당에 대해 국민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의원애 대한 특권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돼야 한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 등 당지도부가 회의를 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안이 ‘대표성의 위기’와 관련하여 안고 있는 큰 정치적 문제점은 바로 국민이 투표를 통하여 부여한 정치적 결과를 정치적 야합에 의하여 여야가 밀실에서 뒤집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국민들이 투표는 왜 해야 하는냐 하는 문제가 생겨나고, 국민들은 4년 동안 속수무책으로 과연 있어야만 하느냐 하는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다”라는 루소의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정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여야와 국회 스스로 대표성을 뒤집고 나오는데 한국 정치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올바른 ‘대표성의 문화’가 뿌리내릴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당보조금 폐지해야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그 보조금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정당보조금은 올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통진당, 정의당에게 800억원이 지급됐다. 국회의원들이 그 증액 여부에 대해서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이번 자유경제원 ‘정치 실패’ 토론회에서 논의된 것처럼 이런 정당보조금은 폐지되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정권은 야당을 길들이기 위해서 정당보조금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민주화 이후 당연히 이 제도는 철폐되어야 했지만 정치권이 자신의 기득권을 챙기기 위해 이 제도를 남겨 놓고 자기 맘대로 엿가락 늘리듯이 정당보조금을 늘려왔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국민들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면서 정치권만 정당보조금을 펑펑 쓴다는 것을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판결은 우리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에게 국민 세금으로 16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국고에 의한 정당보조금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정당은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조직으로서 국가가 이런 조직의 운영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할 이유가 전혀 없다.

지금은 권위주의시대도 아니다. 더욱이 이런 정당보조금이 통진당 같은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에게 들어갔다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정당 운영비는 정당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다른 시민단체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옳다. 정당 운영비를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는 정당은 스스로 해산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국민의 여론이다. 이런 주장은 통진당 해산 이후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의 국정감사 제도 개선해야

이번 국정감사 관련 토론회를 통해서 국정감사에 불러나가는 일반증인과 기업인증인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인이든 기업인이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국정감사에 충실히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거나 혹은 증인들을 공탕먹이기 위해서 불러내는 증인들이 허다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대부분의 증인들이 몇 시간을 앉아서 시간을 허비하다가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실로 엄청난 국력의 낭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설령 국회의원들이 증인에게 질문을 하더라도 발표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국회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질문만 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국민들이나 증인들 모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바쁜 증인들을 애초에 왜 불러내었는지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증인에게 일방적으로 호통치는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면 언론에 나오고 사진 찍히고 자신의 홍보를 위해 국정감사장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국회의원들도 많다. 이런 잘못된 국회문화는 하루빨리 고쳐져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청문회가 열릴 경우 기관의 책임자 극히 몇 명이 증인으로 나오는 것이 상례화되어 있다. 또한 미국 청문회의 경우 증인으로 나온 일반인이나 전문가가 아무 발언도 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경우는 전무하다. 미국에서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런 증인을 채택한 의원은 인권침해로서 법적 제재를 받을 것이다. 내년부터는 증인 채택 과정을 더욱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 문제 역시 국회의장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제 더 이상 국회는 혜택과 권리만 누리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해야겠다.

국회의원의 특권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다른 나라 의원들에 비해서 너무나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런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권은 대폭 줄이고 국회의 입법 역량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국회의 상임위원회는 껍데기만 남아 있다. 이렇다 보니 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혹자는 이런 기능 부재를 국회에 초선 의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도 물론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상임위원회의 보좌진 기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관료들이 입법을 좌지우지할 뿐만 아니라 행정부 감시와 국민의 이해를 반영한 올바른 입법이라는 국회 고유의 기능은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 개인들에게 주어져 있는 특권들은 대폭 줄이고 국회 상임위원회의 역량과 국회의 조사와 입법 보조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하루빨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정부 기능은 서비스체제로 바뀌어야

현재 한국 정치에서 불필요한 규제와 포풀리스트적 입법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국회가 지갑을 손에 쥐고 부의 분배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서 정치의 공백이 생겨나고 그 와중에 관료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규제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발전 수준에 비추어볼 때 이제 정부 기능은 규제 행정이 아니라 서비스 행정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조직 개편, 예산, 공무원 채용방식, 교육 제도 등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김영호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29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치실패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발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