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제안 가능성 있지만 중·단거리 미사일 도발도 강경 대응할 것”
바이든 대통령 취임사 북한 언급없이 “국제사회 현안에 적극 관여”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 “대북 정책·접근법 전반 재검토하겠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동맹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국제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북한이나 이란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일단 단기적으로나마 관망하는 국면 전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비교적 빠른 시간 내 북한에 조건없는 실무대화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만약 북한이 이 제안을 받지 않고 무력도발에 나선다면 바이든정부는 트럼프정부 때와 달리 중단거리 미사일 도발에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아울러 바이든정부가 강경해진 대중정책과 연계해 북한 대응 방안을 수립해나갈 것이란 견해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 통합에 영혼을 바치겠다”며 주로 분열된 미국사회의 통합을 역설했다. 외교정책은 맨 마지막에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관여하겠다. 어제의 도전 과제가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 과제에 맞서겠다. 우리의 힘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범이 되어 이끌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 세계에 관여하겠다’는 말에는 북한도 배제할 수 없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달리 고도화된 북한 핵능력 위협을 감안할 때 바이든정부가 더 이상 북핵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북정책과 접근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을 향한 전반적인 접근법과 정책을 다시 살펴봐야 하고 그럴 의향을 갖고 있다”며 “이것은 행정부마다 괴롭혔던 어려운 문제이고, 실제로는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오른쪽)./사진=백악관 홈페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열려 있고, 단계적으로 비핵화 협상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한국정부와 접점을 찾겠지만 북한이 핵포기 의지가 없다면 대화에 진전이 없을 것이고, 현상 유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사실 대화 외에는 특별한 정책 선택이 많지 않으므로 바이든정부도 일단 ‘조건 없는 실무대화’를 북한에 제안할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혹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비핵화는 우선 ‘동결’을 중시하되 이란 핵합의와 유사하게 단계적 상응조치를 포함한 포괄적 접근을 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의 분명한 목표가 포함된 로드맵 작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바이든정부가 대북정책 수립 이전에 보다 강경해진 대중정책을 통해 북핵 문제를 다룰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강경정책과 이의 연장선상에서 대북정책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럴 경우 한반도 정세, 특히 북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중국이 미국의 가장 중대한 도전과제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강경한 접근법을 취한 것이 옳다”고 말하며 대중국 정책 노선에서는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나타낸 것과 관련한 분석이다.

사실 지금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망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의 핵포기 의지가 없으면 설사 북미대화가 시작되더라도 트럼프정부 때보다 훨신 빨리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은 “바이든정부가 북한에 대해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열어둘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도발할 경우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트럼프정부가 무시했던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현재 대북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단중거리 미사일은 한국과 일본에 훨씬 위협적이므로 바이든 행정부로선 반드시 대응하겠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지난 북한의 제8차 당대회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능력 강화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향후 북한의 추가 핵실험 여부 등이 한반도 안보 상황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 핵무기는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구체화할수록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고, 당장 주한미군에 위협이 되므로 주한미군 재배치의 요인도 될 수 있다. 남한으로서도 차기 대선 때 안보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북한의 당대회 사업총화에서 나타난 위협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평가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서 우려스럽다”면서 “이를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고, 한미 간 협의에서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안 되면 한미동맹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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